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양재시민의숲역은 aT센터, 화훼공판장, 대형마트 외에도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이 위치해 외부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이다. 최근에는 한강 이남의 동서를 연결해주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개통돼 양재동 상권에 활력이 더해졌다. 이곳은 30여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족발집부터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한 비스트로까지 남녀노소, 국적 불문 누구나 와서 배를 채우기 좋다. 낮에는 커피를 든 직장인들이, 저녁에는 산책 나온 주민들이 거니는 공간 양재동 골목 맛집으로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과 함께 찾아가 보자.

식영정. /사진=임한별 기자
식영정. /사진=임한별 기자

◆식영정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나간 8월의 마지막은 여전히 덥고 지친다. 떨어진 체력을 되찾아 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때 한국인에게는 양식보다는 푸짐한 한상차림 한식이 제격이다.
양재동에 위치한 남도계절음식 전문점 '식영정'은 6개의 룸으로만 이뤄져 예약 손님만 받는 예약제 음식점이다. 그런데도 항상 만석이라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곳에선 전남 진도 출신 주인장과 고흥 출신 부인 둘이서 모든 음식을 선보인다. 사계절 메뉴로 보리굴비와 홍어를,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민어, 봄·가을은 광어와 농어, 겨울에는 대방어를 코스로 낸다.


요즘처럼 찌는 듯한 더위에 많이 찾는 민어는 신안군 압해도 송공항에서 공수한 것을 사용한다. 민어는 여타 생선과는 다르게 암치(암컷)보다 수치(수컷)를 더 쳐준다.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여름 동안에는 영양분이 대부분 알로 집중돼 식감이 푸석해서다.

그에 비해 수치는 언제 잡아도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주인장은 민어값이 저렴해지면 수십마리를 사서 미리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겨울에 말린다. 전남 영광의 해풍으로 7일가량 꾸덕꾸덕 말린 민어는 민어찜으로  요리해 내놓는다.

이때 중요한 건 어떤 소금을 사용하느냐다. 식영정은 이유 있는 고집으로 영광 염산면 소재 염전의 천일염만 사용해 말린다. 수입산 소금으로 말리면 생선에서 씁쓸한 맛이 나서다.


민어 요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민어탕도 훌륭하다. 민어뼈까지 넣고 40분 이상 푹 끓인 탕은 등뼈가 입속에서 부서질 정도다. 민어살까지 녹아 국물이 정말 진국이다.

마찬가지로 천일염으로 염장해 해풍에 건조한 보리굴비는 짠맛은 전혀 없이 감칠맛이 올라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함께 나오는 시원한 녹차에 밥을 말아 굴비 한점 올려 먹으면 이런 몸보신이 없다.

남도 음식점답게 맛깔난 전라도식 밑반찬도 훌륭하다. 계절과 식재료의 선도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지만 방풍나물장아찌, 민어내장젓갈, 마늘고추장아찌, 깻잎나물, 새우장, 피꼬막, 전복젓갈, 갓김치 등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다양한 찬이 나온다.

위치 양재 119안전센터 맞은편 골목 2층
메뉴 보리굴비정식(점심) 2만5000원, 민어탕(점심) 3만원
영업시간 (점심)11:00~14:00 (저녁)18:00~22:00 (일요일 휴무)
전화 02-573-1477


느린마을양조장.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느린마을양조장 양재본점

배상면주가의 직영 막걸리펍으로 다양한 탁주, 약주, 과실주, 칵테일 등 총 50여종의 술을 구비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넓은 규모의 지하공간이 마련돼 단체회식에도 적당하다. 1만원에 2시간30분가량 느린마을막걸리와 생약주를 무한리필로 즐길 수 있다. 인공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국내산 쌀로 빚은 느린마을막걸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는데 뒤로 갈수록 숙성기간이 길어져 알코올 농도도 높아지고 맛도 한층 더 숙성된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67-3 / 무한리필 1만원, 양조장 치킨그릴 스테이크 1만6000원 / (평일) 11:30~01:00 (토요일) 17:00~01:00 (일요일은 포장만 가능) / 02-579-7710


비스트로이안스.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비스트로이안스

서울 논현동과 제주도를 거쳐 양재동으로 다시 돌아온 김이안 셰프의 이탈리안비스트로다. 공원과 주택가 사이 아담한 규모의 매장은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메뉴는 크게 안주와 사이드 메뉴로 나뉘며 제철 재료를 사용해 와인과 어울리는 요리를 낸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무파스타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로 바지락, 호박, 달큰한무우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244-3 / 무파스타 2만원, 이베리코하몽브루스케타 1만9000원 / 17:00~24:00 (일요일 휴무) / 02-6449-6755


소호정.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소호정
안동국시 전문점으로 양재점이 본점이다. 안동지방의 전통국수인 안동국시와 한우 양지를 고아 만든 국밥이 인기. 양지와 호박, 대파, 고추 등의 고명을 넣은 안동국시는 한우의 살코기로만 우려낸 국물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식 한우국밥도 든든하게 한끼를 해결하기에 적당하다. 소 허파, 생선살로 만든 모둠 전은 술안주다. 전, 묵, 국시와 후식으로 이뤄진 정식의 구성도 괜찮은 편.

서울 서초구 양재동 392-11 / 국시 1만1000원, 국밥 1만1000원 / 11:30~21:30 / 02-579-7282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