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50달러선에 들어선 적이 있지만 크게 오르지 못하고 다시 40달러대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올해 말쯤 50달러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가가 박스권을 탈출해 60달러에 도달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사진=이미지투데이

◆원유재고 줄었지만 생산 더 많아 ‘약세’
8월 둘째주(4~11일) 미국의 원유재고가 7주 연속 줄어들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 기간의 미국 원유재고가 4억6650만배럴로 한주 전보다 89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이 예상한 원유재고 감소폭인 360만배럴보다 크게 줄었다. 8월 첫째주에는 한주 전보다 650만배럴 감소했다.

반면 유가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77달러 하락한 46.7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 대륙거래소 아이스(ICE)의 브렌트유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0.53달러 떨어진 50.27달러선에서 거래됐다.


통상 원유재고가 감소하면 유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역시 유가가 오르길 기대하며 감산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유가가 상승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전체 생산물량이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와 각국의 원유수요 증가는 유가에 호재지만 OPEC 회원국의 전체 생산물량 증가가 악재다.

미국 EIA에 따르면 8월 둘째주 자국 내 원유생산량은 한주 전보다 7만9000배럴 늘어난 950만2000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다. OPEC 회원국인 리비아도 지난해 말 감산합의 당시 예외를 인정받고 생산물량을 꾸준히 늘렸다. OPEC 회원국인 아프리카 앙골라 역시 오는 10월 원유 수출목표량을 13개월 만에 최고치인 170만배럴로 상향조정해 유가하락을 부추겼다.

앞서 유가는 지난 6월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며 50달러선을 회복하는 듯했다. 지난 4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1.09달러까지 올랐고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원유도 각각 52.42달러, 49.58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유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에 머지않아 유가가 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유가상승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나이지리아의 하루 원유생산량 180만배럴로 감산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원유수출량 100만배럴 축소 ▲휴가철을 맞은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세 ▲미국 리그(유전지대 굴착설비)수 증가세 둔화 등 최근 이슈가 유가를 잠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올해 안에 배럴당 60달러선까지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유가상승곡선을 투기선 자본(헤지펀드)의 매수 포지션 증가보다 쇼트 커버링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또 막바지에 접어든 휴가철의 영향으로 미국의 드라이빙시즌 수요가 정점을 찍어 원유재고 감소세가 곧 꺾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50달러선을 넘어서면 미국발 공급증가 우려가 다시 커져 유가상승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산하 은행 쿠츠(Coutts)는 최근 발표한 유가전망을 통해 “지난 10년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한 유가가 앞으로 1~2년간 배럴당 40~60달러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스 반 클리프 ABN암로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유가상승이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올해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60달러에서 57달러로, 서부텍사스산원유 전망치를 60달러에서 54달러로 하향조정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