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모두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1위에 달함에도 국민의 삶의 질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취업인사포털 사람인과 함께 ‘웰빙’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지난 8월14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에서 이뤄졌고 20~60대 성인 1455명이 참여했다. 설문응답을 기반으로 웰빙을 좌우하는 재정상황, 직장생활, 가족과 건강문제 등 현주소를 짚어보고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들어봤다. 또 그들에게 닥친 위기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알아봤다.<편집자주>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1970년 새마을운동을 시작으로 ‘잘 살아보자’는 외침이 퍼졌다.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식량부족에서 벗어나 배불리 먹고 ‘잘 살자’(well being·웰빙)는 의미다.

21세기에도 웰빙을 외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유는 다르지만 잘 살고자 하는 욕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과거보다 물질·정서적인 여유가 생겼음에도 웰빙을 원하는 현실은 모순적이기만 하다. 그만큼 현대인의 삶의 질이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매년 아시아태평양 13개국의 웰빙지수를 발표하는 글로벌 헬스서비스기업 시그나그룹은 올해 한국인의 웰빙지수를 최하점인 53.9점으로 매겼다. 이는 세계 평균 웰빙지수인 62.3점에 비해 8.4점(13.4%) 낮고 전년(60.7점)보다도 떨어진 수준이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0명 중 5명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머니S>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취업인사포털 사람인과 함께 ‘웰빙’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 10명 중 5명이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삶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560명(38.5%)이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매우 불만이다’도 185명(12.7%)에 달하는 등 응답자의 51.2%(745명)가 삶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삶에 대체로 만족한다’와 ‘매우 만족하다’는 각각 217명(14.9%), 31명(2.1%)에 그쳤다.

‘삶의 만족도를 점칠 수 있는 요소’로 ‘재정상황’(33.2%)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가족’(26.2%), ‘신체건강’(26.1%), ‘사회관계’(9.1%), ‘직장’(5.4%)이 뒤를 이었다. 결국 돈과 부동산 등 재정상황이 개인의 웰빙을 좌우하는 셈이다.

응답자의 재정상황을 보면 월소득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이 31.7%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30.7%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 12.4% ▲‘100만원 이하’ 9.2% ▲‘4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 5.8% ▲‘500만원 이상’ 2.3% 등으로 집계됐다.

재정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할 만한 재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689명(47.4%)으로 가장 많았고 ‘재정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도 306명(21.0%)에 달했다. 특히 83.1%(1208명)가 ‘은퇴 후에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답해 자신의 재정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하려면 3억원 이상 있어야
우리나라 성인이 행복하다고 느낄 만한 재정은 얼마일까. 응답자 중 22.5%(328명)가 ‘3억원 이상~5억원 미만’을 선택했다. 앞선 질문에서 자신이 버는 연소득보다 최대 10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어 20.2%(294명)가 ‘7억원 이상~10억원 미만’, 16.3%(237명)가 ‘5억원 이상~7억원 미만’이라고 답했고 ‘10억원 이상’도 13.2%(192명)에 달하는 등 대부분의 사람이 많은 돈을 벌어야 '잘 산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복수응답) 묻는 질문에 ‘소득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778명·53.5%)이라는 답변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새정부 출범 후 복지·일자리 지원정책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 다음으로 ‘국가의 복지지원 확대’(652명·44.8%), ‘일자리 창출정책’(617명·42.4%)을 꼽는 등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밖에 ▲최저시급 인상(36명·2.4%) ▲중소기업 복지혜택 강화(12명·0.8%) ▲월세나 보증금과 같은 집세문제 해결(7명·0.4%) ▲여성소득격차 해결(2명·0.1%) ▲물가대비 급여상승 개선(2명·0.1%) 등을 요구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일주일에 10시간 미만

웰빙을 결정하는 요소 2순위는 가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현저히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615명(42.3%)이 일주일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1시간 이상~10시간 미만’이라고 답했고 1시간 미만(20.6%)이라는 응답자도 300명에 달했다. 일주일(168시간) 중 5%가량의 시간만 가족과 보내는 셈이다.

그러나 ‘가족이 행복하려면 어떤 것이 충족돼야 하나’란 질문에는 ‘시간’(19.3%)보다 ‘재정’(41.0%)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16명(21.7%) 더 많았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재정이 충족돼야 자신과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웰빙을 결정하는 조건에서 재정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듯이 가족과의 행복기준도 마찬가지였다.

삶의 질을 형성하는 건강요소는 570명(39.2%)이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하는 것으로 파악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돈과 시간이 동시에 필요하다’(21명·1.4%), ‘가족간 관심과 배려’(18명·1.2%), ‘신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16명·1.0%), ‘야근없는 이른 퇴근’(13명·0.8%), ‘여가시간 보장’(8명, 0.5%)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 51%, ‘연봉·업무강도’ 불만족

직장인의 웰빙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단연 직장생활이다. 응답자 중 15.3%(223명)만 ‘직장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을 뿐 ‘불만족한다’(480명·33.0%)와 ‘매우 불만족’(275명·18.9%)이 절반 이상(51.9%)을 차지했다.

직장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로는 ▲‘연봉’ 35.1% ▲‘업무강도’ 16.8% ▲‘대인관계’ 15.3% ▲‘사내분위기’ 13.3% ▲‘사내정치’ 8.2% ▲‘승진 스트레스’ 2.3% 등으로 나타났다. 기타의견(9%)으로는 ‘무능력한 상사’, ‘고용불안’, ‘비정규직’, ‘차별대우’ 등이 직장생활의 어려움으로 제기됐다.

이밖에도 ‘30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눈치 보다가 퇴근하는 분위기’, ‘죽도록 일해도 미래가 없는 현실’, ‘월급이 밀린다’, ‘갑질에 시달림’ 등의 기타의견도 눈에 띄었다.

직장생활 중 만족스러운 부분을 묻는 질문엔 ‘일과 삶의 균형’(192명·13.1%),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167명·11.4%), ‘안정적인 복지’(162명·11.1%), ‘직원들과 따뜻한 관계’(83명·3.7%)라는 답이 많았다. 직장인이 수행하는 업무보다 근무 환경이 웰빙의 조건으로 우선된 것이다.

특히 직장동료는 사회관계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어떤 사회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나’란 질문에 ‘친구’(59.5%)가 ‘직장동료’(23.0%)보다 많았지만 ‘어떤 사회관계가 필요하나’란 질문에는 ‘직장동료’, ‘인적 네트워크’, ‘사회인맥’ 등이 주를 이뤘다. 삶의 질을 높이는 존재로 ‘친구’를 꼽은 반면 수단으로는 ‘사회인맥’을 꼽는 다소 각박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사회관계를 만드는 데 ‘월 240시간’을 쓴다고 답한 응답자도 있어 현대인이 가족보다 직장동료, 지인, 사회인맥을 만나는 데 더 집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특근·야근 없는 일자리가 사회관계를 만든다’(27명·1.8%), ‘사람을 만나려면 시간·건강·돈이 필요하다’(11명·0.7%)는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