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전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해 소녀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11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경기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자리에서 "(할머니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면담에는 이용수(90), 이옥선(91), 박옥선(94), 하점연(96)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4명과 양기대 광명시장 등이 함께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역사에 희생된 분들을 만난다는 것에 가슴 아팠다. 전쟁에 희생된 여성들에 대해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은 인권을 실현하는 분들이다. 여러분은 과거의 역사가 아닌 미래에 대한 역사를 쓰고 있다"고 위로했다.
그는 "복수나 증오가 아니라 일본이 역사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생전에 그런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런 억울한 폭력은 복구하기 어렵다"며 "일본이 사과할 수 있다면 역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인데 아직 일본이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할머니들에게 '안네의 일기'로 잘 알려져 있는 '안네 프랑크' 동상 사진이 든 액자와 자서전 수익금으로 마련한 기부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여기 계신 할머니들이 겪은 일과) 홀로코스트 상황에서 안네 프랑크가 겪은 일은 역사적으로 같게 간주 될 수는 없겠지만 개인이 당한 희생과 고통은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며 "할머니들이 안네 프랑크의 초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들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독일에서 홀로코스트에 희생당한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슈뢰더 전) 총리께서 비가 오는데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봤다. 너무 부러워서 울었다. 그 할머니들은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 귀한 분이 여기까지 와서 손을 잡아주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죽기 전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슈뢰더 전 총리는 면담 직후 방명록에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고 기재했다.
그는 면담 이후 인터뷰 자리에서는 "역사적으로 참혹한 희생을 당한 분들을 기억하는 장소에 서 있는 것도 힘들고 답변하기도 어렵다"며 "기자회견이 어울리지 않는 장소가 있는데 고통을 나누는 장소인 이곳이 그곳이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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