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씨티은행의 점포축소작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씨티은행은 9월29일 마지막 남은 의정부, 오산, 의왕, 천안, 의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출장소, 아산 출장소 등 총 6개의 지점과 출장소를 폐점키로 했다. 이로써 씨티은행 영업점(사무소 포함)은 3개월 만에 126개에서 90개(71%)가 사라진 36개만 남게 됐다. 


은행권은 씨티은행의 대대적인 점포축소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다. 비대면 금융거래환경에서 점포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했다는 호평과 지역고객, 고령자 등 점포방문을 원하는 고객의 편의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충돌한다.

더욱이 10월부터 점포축소에 따른 인력 재배치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많은 직원이 은행을 떠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점포축소작업은 성공했지만 씨티은행이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한 상태다.


◆비대면채널 신설, 인력 재배치

9월 초 씨티은행은 실무진 8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새로운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 구축에 돌입했다.

대면채널은 자산관리(WM)센터와 여신영업센터에 인력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현재 씨티은행의 WM센터는 반포점, 청담점, 서울점, 도곡점 등 4곳으로 내년까지 분당에 WM센터와 여신영업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각 센터에는 80~100명의 직원이 배치된다.

10월 본점에는 비대면채널의 일환인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를 신설한다. 이 두 센터는 전화·인터넷·모바일을 포함한 다양한 비대면채널을 활용해 고객에게 금융컨설팅을 제공하는 부서다. 고객센터엔 최대 300명의 직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그동안 씨티은행은 대기발령 없이 폐점점포 직원을 본사로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폐점점포 직원 절반가량이 본사로 이동했고 이들은 내부공모를 통해 희망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본점에선 직원들의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부서에 재배치했다.

은행 내부에선 연말 계획한 영업점 통폐합을 앞당기고 대규모 직원이동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기에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사로 자리를 옮긴 직원들은 일자리 이탈 없이 새로운 근무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대면채널에 배치가 예정된 직원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영업점에서 여수신상품을 취급하던 활동이 줄어 상대적으로 실적이 낮을 수 있어서다. 또 347명에 달하는 계약직원들의 고용불안도 남아있다. 대다수 정규직원들이 대면채널에 희망부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계약직원들이 비대면채널에 쏠릴 것이란 우려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7월 임단협에서 맺은 ▲고용보장 및 구조조정 금지 ▲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 등의 문구를 강조하고 있다. 비대면채널 배치로 인한 계약직원들의 자발적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한 점포축소가 우려와 달리 직원의 고용불안과 고객불편 등의 문제를 조기에 해소했다”며 “고객가치 집중센터에 배치하는 인원도 계획보다 절반 이상 줄여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직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행장 사실상 연임 성공
점포 통폐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박진회 행장의 연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씨티은행은 지난 9월22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박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10월2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받으면 박 행장의 연임이 확정된다.

박 행장은 양호한 실적과 비대면채널 강화를 공로로 인정받았다. 씨티은행은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한 1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또 씨티은행의 대주주인 미국 씨티그룹은 박 행장이 안정적으로 점포 통폐합 합의를 이끈 것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행장은 올 상반기 디지털·모바일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8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았다.

은행 내부에서도 차기 행장 후보로 박 행장과 경쟁할 만한 상대가 마땅히 없던 것으로 본다. 외국인 행장보다 국내 금융시장 이해도가 높은 한국인 행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전임 행장인 하영구 은행장의 경우 2001년 한미은행 시절부터 2014년까지 5번이나 연임에 성공하며 13년간 행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하지만 박 행장의 연임을 반기지 않는 기류도 포착된다. 씨티은행 노사는 지난 7월부터 이어진 대규모 점포 페점으로 갈등의 여운이 남아있다.

지난해보다 고용불안이 커진 반면 임금수준은 나아진 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상반기 씨티은행 정규직원 수는 3365명으로 지난해 말 3387명보다 22명 줄었고 1인당 평균급여는 5000만원에서 49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은행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고객거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씨티은행은 점포축소로 예금과 대출자산 감소 등 영업기반이 위축돼 3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씨티은행의 예수금(원화+외화+양도성예금증서)은 총 25조1739억원으로 전분기 26조6117억원에 비해 5.7%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난해보다 6.2% 감소한 수치다. 개인대출과 기업대출 역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5.7%, 7% 줄었다. 신용카드대금까지 합한 총 대출금은 24조7238억원으로 5.4% 감소했다.

경쟁은행들이 대출자산을 크게 늘려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반면 씨티은행은 유일하게 대출이 쪼그라든 상황. 하반기에는 디지털기반 소비자금융을 강화해 줄어든 오프라인 실적을 방어해야 한다.

아울러 씨티은행은 박 행장 임기 안에 두차례나 해외 부정인출사고가 발생한 터라 내부통제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씨티은행의 운영리스크 관리절차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경영유의 2건, 개선 2건 등의 제재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점포축소를 조기에 마무리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점포통폐합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등 직원들의 불만이 높은 점은 불안요소로 꼽힌다”며 “박 행장이 연임으로 성공 가도를 이어가려면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고객과 직원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