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스라엘에서 개최된 '대체연료 &스마트 모빌리티 서밋'에서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부사장이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의 협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혁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하고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스라엘에서 개최된 ‘2017 대체연료 & 스마트 모빌리티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유망 스타트업들에 투자해 미래 모빌리티의 파괴적 혁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이스라엘 총리실 주관으로 매년 개최되는 '대체연료 &스마트 모빌리티 서밋'은 글로벌 기업 경영자, 정책 관계자, 대학 석학들이 참석해 미래 이동수단과 혁신 비즈니스 등을 논의하는 이스라엘 최대 서밋이다.

◆ 창업국가 이스라엘서 혁신 도모

현대차그룹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이스라엘 기업들의 혁신 역량의 미래 시장가치를 높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인구와 자원이 충분하지 않지만 독특한 창업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7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있는데, 규모는 작지만 미래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강점을 나타내는 회사들이 지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스타트업에 투자해 미래 비즈니스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투자에는 직접 투자뿐 아니라 벤처 캐피탈 등 파트너를 통한 다양한 방식의 간접 투자도 포함된다. 복수의 미래 유력 기술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초기 단계의 공격적 투자를 통해 새로운 혁신 기술 습득은 물론 향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에 필요한 기술 내재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스타트업들과 기술 공동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 창의적 아이디어를 현대차그룹의 기술력과 결합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내년 초 이스라엘 현지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해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토록 할 계획이다. 센터는 이스라엘 현지 대학 및 기업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간접 투자에 대한 사전검증 및 심사를 진행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래혁신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연구거점으로 활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 스타트업들과의 공격적 협업을 현지에 최근 출범한 ‘HTK 글로벌 컨소시엄’과 연계해 시너지 창출을 도모한다. 앞서 회사는 지난 9월 이스라엘의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인 테크니온(TECHNION) 공과대학 그리고 한국의 카이스트(KAIST)와 'HTK 글로벌 컨소시엄' 구성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마켓 셰이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땅인 이스라엘에서 현대차그룹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 국내 스타트업과도 협력 강화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스타트업 투자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창업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별도 지원 프로그램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 부사장은 이날 서밋에서 ▲이그나이트 업(Ignite-up) ▲레브 업(Rev-up) ▲팀 업(Team-up) 등 오픈 이노베이션의 3대 방향을 공개했다.

▲이그나이트 업은 미래를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지닌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발굴, 육성을 통해 혁신 가능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단계인 ▲레브 업은 미래 파괴적 혁신을 불러 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공동개발을 통해 사업화를 촉진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단계인 ▲팀 업은 스타트업을 포함한 혁신 기업들과 공동의 파트너십을 맺어 전략적 협업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시스코와 공동으로 진행한 커넥티드카 기초 연구를 위한 모의 테스트에 국내 스타트업을 참여시킨 바 있으며, 올해 열리는 해커톤 대회부터 참가 자격에 대학(원)생과 일반인 외에도 스타트업을 추가로 포함시켜 우수 스타트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청의 유망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TIPS’에도 2015년부터 참여해 유망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기술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전략기술본부’를 신설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신소재, 에너지, 로보틱스공유경제 등 미래 혁신 분야를 집중 연구하는 동시에 연구개발 활동과 함께 신규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체화해 통합적 미래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