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역 일대 아파트가 재건축 바람에 들썩인다. 지난 9월 서울시로부터 조건부 50층 재건축이 허용돼 사업성에 날개를 단 잠실주공 5단지와 지난달 재건축 시공사가 정해진 미성·크로바가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동안 정부의 잇단 규제 발표로 시장이 다소 움츠러들었지만 교통·교육 여건이 우수하고 다양한 생활인프라를 갖춘 덕분에 잠실 일대 아파트시장의 미래가치는 더 높아졌다.
잠실주공5단지와 롯데월드타워. /사진=김창성 기자
◆미래가치 탁월한 ‘미성·크로바’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입구부터 요란했다.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롯데건설의 감사 현수막과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단지 내 상가 한편에는 미성·크로바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경쟁했던 GS건설의 임시 사무실이 아직 제대로 철수하지 못한 채 허름하게 남아 대조를 이뤘다.
크로바아파트에 사는 A씨는 충만한 재건축 기대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이제 막 시공사를 선정했을 뿐이고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며 “지하철·마트·백화점·학교·공원 등 우수한 거주여건에 새 아파트까지 들어선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뿌듯하다”고 말했다.
미성아파트 주민 B씨는 “조합원 투표결과가 막상막하였지만 잠실 일대가 사실상 롯데타운이라 미성·크로바 조합원들의 표심이 롯데건설로 조금 더 쏠린 것 같다”며 “서울에 잠실만큼 다양한 인프라가 한군데에 집중된 곳은 없는 것 같아 잠실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뿌듯해 했다.
주민들의 말처럼 미성·크로바는 손꼽히는 위치에 자리해 탁월한 미래가치를 품었다. 지하철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과 2호선 잠실나루역, 8호선 몽촌토성역 사이에 위치한 트리플 역세권 단지로 모두 도보 5분 내에 도달할 수 있다. 역시 도보 5분 거리에 롯데월드몰과 올림픽공원, 송파구청이 있고 5~10분 거리에 초·중·고 7곳이 있어 교육 여건도 우수하다.
미성·크로바 단지에 걸린 롯데건설의 감사 현수막. /사진=김창성 기자
◆조건부 50층 허용에 잠실주공5 ‘함박웃음’
미성·크로바아파트에서 도보 10분 거리에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재건축 대단지아파트인 잠실주공5단지가 있다. 잠실주공5단지의 거주 여건은 미성·크로바와 큰 차이가 없지만 더 주목받는 이유는 조건부로 50층 재건축이 허용돼서다.
서울시는 지난 9월 한강변 최대 재건축단지 중 하나인 잠실주공5단지의 35층 층수제한 규제를 조건부로 풀었다. 준주거지역 건축 연면적의 35%를 호텔·컨벤션·업무 등 비주거용도로 해 50층 이하로 지을 수 있도록 한 것.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50층 이상 재건축을 추진했다 번번이 반려됐지만 잠실주공5단지는 조건부 허용을 받아내 미래가치를 끌어올렸다.
1년 가까이 논의가 진행된 끝에 50층 재건축이 허용되자 집주인들은 내놨던 매물을 서둘러 회수했고 거래량도 줄었다. 반면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의 경우 15억원 후반~16억원 초반대, 82㎡는 최고 17억6000만원까지 매매가가 형성됐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는 정부대책에도 매매가 흐름에 큰 변동이 없었지만 재건축 계획이 구체화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특히 단지 내에 호텔·컨벤션·업무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돼 롯데월드타워 같은 랜드마크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인근 아파트도 동반상승 기대
재건축 당사자인 두 아파트 시세에는 못 미치지만 인근 신축 아파트 역시 10억원이 넘는 시세를 형성했다. 다만 재건축 기대감에 매물을 회수한 잠실주공5단지와 달리 인근 새 아파트는 매물이 많이 나와 대조를 이뤘다.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인근의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인근 잠실 리센츠와 엘스 아파트 시세는 면적에 따라 6억~17억원으로 매매가가 형성됐다.
면적별로 살펴보면 ▲리센츠 42㎡ 6억~6억5000만원, 82㎡ 11억5000만~11억7000만원 ▲엘스 84㎡ 11억2000만~11억5000만원, 111㎡ 13억3000만~13억6000만원 등이다.
인근의 또 다른 아파트인 레이크 팰리스의 경우 86㎡는 10억2000만~10억6000만원, 114㎡가 12억5000만~13억1000만원으로 매매가가 형성됐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이 큰 잠실주공5단지나 미성·크로바보다는 거래량이 활발한 편”이라며 “시세 변동폭이 크지 않지만 같은 생활권인 만큼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레이크 팰리스나 엘스, 리센츠 등은 지은 지 10년 정도 됐지만 잠실 일대에서는 신축 아파트에 속하고 생활인프라도 풍부해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인근 재건축아파트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 동반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5호(2017년 11월22~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