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코라쿠엔' 노천탕 전경. /사진=호텔온센닷컴
천국이 따로 없다. 사케 한잔에 녹은 몸은 온천에 한번 더 나긋나긋 녹는다. 그곳이 료칸의 실내이든 설산의 노천이든 상관없다. 온천천국 일본여행은 늘 기껍다. 특히 동장군 기세가 매서운 겨울철이면 추위에 지친 몸은 물론 시름까지 사르르 녹는다. 료칸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서비스가 지극정성이어서 여행이 더욱 따뜻해진다.
화산섬으로 이뤄진 일본은 온천이 발달했다. 북쪽 홋카이도에서부터 남쪽 오키나와까지 발부리에 걸리는 게 온천으로 그 수만 3000개를 훌쩍 넘는다.

일본의 온천은 당초 치료 목적으로 발달했다. 에도시대엔 농사를 짓다 상처를 입은 농민들이 농한기에 온천을 찾았다고 한다. 사람뿐이랴. 나가노의 원숭이 역시 온천욕을 즐긴다. 온천은 산 것들이 다친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치료소 역할도 한 셈이다.


이번 겨울 가볼 만한 온천여행 '베스트 5'를 꾸려봤다. 시설이나 규모, 접근성, 요리, 관광지와의 연계성 등 저마다의 장점을 살린 곳이다. 

1. 홋카이도 오타루 '코라쿠엔'

홋카이도 오타루는 '오겡끼데스까' 한 대사로 압축되는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다. 코라쿠엔은 훗카이도의 전통 료칸인데 2014년 화재로 전소됐다가 새로운 스타일로 재탄생한지 약 1년 만에 옛 명성을 되찾아 더욱 유명해졌다.


각 객실에 개인정원과 노천탕이 딸려있다. 특히 이 지역에선 보기 드물게 2만평이 넘는 부지의 일본식 연못과 정원을 자랑한다. 이런 시설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삿포로역에서 오타루까지는 약 30~40분 소요된다. 

오타루 '코라쿠엔'. /사진=호텔온센닷컴

2. 교토 오고토 '유모토칸'과 '코모레비'
시가현 오고토는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에 있다. 교토여행의 베이스캠프인 교토역에서 오고토까지는 약 20분 걸린다. 오고토는 행정구역상 교토는 아니지만 교토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오고토의 유모토칸과 코모레비 료칸은 확 트인 호수 전망에 온천수, 그리고 스탠더드한 가이세키 요리로 정평이 나 있다. 두 료간은 자매 관계다. 코모레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유모토칸은 훌륭한 온천시설이 자랑거리다. 서로 온천을 공유하는 점이 독특하다.

오고토 '유모토칸' 대노천탕. /사진=호텔온센닷컴

3. 교토 오오하라 '세료'
요리를 앞세운 료칸이 있다. 교토 오오하라의 세료는 지난 2016년까지 7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교토 오사카'에 이름을 올렸다. '교토 오오하라 요리료칸 세료'라는 공식 명칭이 말하듯 요리가 일품이다.

오오하라는 교토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로 유명한 산젠인(三千院), 호센인(宝泉院) 등의 관광지가 있어 여행객의 발길이 잦다. 따라서 관광명소와 료칸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객실 수가 9개밖에 되지 않아 아담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오오하라 '세료'의 가이세키. /사진=호텔온센닷컴

4. 도쿄 하코네유모토 '유신테이'
하코네유모토는 도쿄 신주쿠역에서 로망스카 열차로 약 1시간30분 걸린다. 매년 2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하코네에는 규모가 큰 호텔식 온천 료칸이 많다. 각 온천마다 색다른 온천수를 내세운다. 반면 유신테이 료칸은 한적한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아담한 전통 스타일을 고집한 객실이 10개 남짓이다. 노천탕이 딸린 객실이 인기가 좋고 가성비 대비 룸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하코네유모토 '유신테이'. /사진=호텔온센닷컴

5. 큐슈 유후인 '니혼노아시타바'
유후인은 대표적인 인기 온천마을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가 있는 탓에 종종 '관광상품으로 잘 포장된 지역 같다'는 오해가 있을 정도. 어쨌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온천 여행지다.

니혼노아시타바는 모든 객실이 별채형으로 이뤄졌다. 객실마다 콘셉트와 구조, 분위기가 다르다. 규모가 큰 대노천탕은 예약제로 일행끼리 프라이빗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모든 온천이 전세탕 구조다. 퓨전 가이세키도 맛볼 만하다.

유후인 '니혼노아시타바'. /사진=호텔온센닷컴

◆료칸 에티켓, 알고 떠나자 
대중목욕탕에서 기본예절이 있듯 온천도 마찬가지다. 우선 몸을 깨끗하게 씻고 들어간다. 물론 때를 밀면 안된다. 또 수건을 탕에 넣으면 안된다. 수건을 탕 안으로 가져가거나 주위에서 빨래하는 것은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볼썽사납다. 대중목욕탕에 적힌 것처럼 지킬 것은 지키는 게 기본이다.

온천은 료칸을 겸하는 곳이 많다. 예약제가 기본인데 밤 10시 이후엔 투숙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기본예절도 상당하다. 그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단골손님이 많아서다. 현관(갠칸)에서 신발을 벗고 무릎을 굽혀 신발이 현관을 향하게 놓는다.

차를 대접하는 기모노 복장의 료칸 관계자. /사진=일본정부관광국
자리에 앉으면 기모노 복장의 여성이 무릎을 꿇고 인사한 뒤 오차를 권하고 유카타를 1벌씩 건넨다. 유카타는 일종의 목욕 가운이다. 유카타를 입었을 경우 맨발로 게다를 신는 게 보통이다. 이때부터 료칸에서 목욕할 수 있다. 입욕 전후 유카타를 입고 산책을 해도 좋다. 다만 외출복으론 후리소데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료칸에는 남녀가 따로 사용하는 대욕탕(오후로)이 있다. 다른 투숙객과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이므로 예절을 지켜 사용하자.

목욕 후 저녁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것이 가이세키다. 가이세키는 제철 식재료를 갖춘 전통식 정찬이다. 독상 형태로 차림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2시간가량의 식시시간 동안 여관 관계자가 지극정성으로 시중을 든다. 저녁 이부자리를 내주고 다음날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