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배송서비스로 불리는 ‘구독경제’는 소유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용어는 낯설지 몰라도 구독경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적으로 접해오던 소비방식이다. 우유나 신문배달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최근에는 콘텐츠스트리밍, 자동차, 면도날, 꽃, 취미 등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머니S>는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구독경제 흐름을 살펴보고 정기배송이라는 소비현상을 짚어봤다. 또한 직접 정기배송서비스를 이용해 장단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세상이 배송된다, 지금은 ‘구독’ 시대-④·끝] 일상에 뿌리내리는 ‘꽃 구독서비스’


치킨 한마리보다 저렴한 1만6000원으로 한달에 두번 꽃을 구독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휘게’(편안하고 아늑한 상태) 등을 선호하는 세태와 맞아떨어지면서 꽃 구독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다. 꽃은 선물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 구독경제를 통해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됐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꽃 구독서비스업체는 ‘꾸까’(Kukka)다. 박춘화 꾸까 대표는 2011년부터 독일 벤처육성회사 ‘로켓인터넷’의 아시아지역 담당자로 일하며 화장품 구독서비스 ‘글로시박스’를 내놨고 구독경제의 기틀을 닦았다. 2014년에는 기존에 없던 비즈니스모델 ‘구독경제’를 화훼업계에 도입해 500만원으로 꾸까를 차렸다. 꾸까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구독경제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꾸까의 누적 정기구독자수는 10만명, 한달에 발송되는 꽃의 양은 3만~5만송이에 이르고 연간 1.5~2배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또 이태원점, 광화문점, 잠실롯데점 등 3곳에 오프라인매장을 열고 플라워클래스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이태원점 꾸까에서 박 대표를 만나 꽃 구독경제의 미래를 그려봤다.


박춘화 꾸까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500만원으로 창업해 구독경제 큰손으로
“몇년 전 영국 런던 여행을 갔을 때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마켓’에 갔어요. 일요일마다 열리는 마켓인데 축하할 일이 없는데도 꽃과 식물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그림, 작은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잖아요. 일상생활에서 꽃을 사고 즐기는 문화가 국내에 정착된다면 꽃 구독경제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보여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커피를 사치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국민식품’이 된 것처럼 말이죠.”


박 대표는 아침 출근길에 커피 한잔을 마시듯 저녁 퇴근길에 꽃 한송이를 사는 미래를 그린다. 미국·유럽·일본 등은 국민소득이 늘면서 꽃 소비액이 증가했다. 1년간 평균적으로 꽃에 쓰는 비용은 일본 12만원, 프랑스 13만원, 스위스 18만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는 10분의1에 불과한 1만3000원 수준이다. 아직은 차이가 크지만 박 대표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꽃 소비액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꽃 구독경제 문화를 정착시키고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박 대표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꽃 구독경제의 첫 비즈니스모델인 ‘택배 서비스’와 ‘플라워 플리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꽃 구독경제를 시작했을 때 직원들도 반신반의했고 저도 100% 확신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먼저 신청자 100여명에게 꽃 샘플 택배서비스를 진행했어요. 이때 어떻게 해야 최상의 상태로 꽃을 배송할 수 있는지 등 시행착오를 겪었죠. 직원들과 함께 큰 노력을 했더니 문제점이 개선됐고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게 됐어요. 이후 꽃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주요 백화점에 ‘플라워 플리마켓’을 진행했어요. 올초 ‘튤립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당일 꽃 2000만원어치를 주문했는데 그렇게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라 너무 떨렸어요. 그런데 그날 매진됐죠. (웃음) 그때의 즐거움이란….”


꾸까 홈쇼핑. /사진제공=꾸까

◆‘이유’ 만들어야… 자리잡는 ‘구독경제’
박 대표는 다양한 이벤트로 꽃에 대한 국내 고객의 니즈를 확인했고 가능성을 엿봤다. 그러나 모든 사업도 유행을 타고 싫증나기 마련. 고객의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채우기가 쉽지 않고 경제침체가 지속되면 제일 먼저 지갑을 닫게 되는 분야라는 점도 박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

박 대표는 “구독이라는 사업모델은 정기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고객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어요. 따라서 꽃 구독경제가 단순한 가격적·편의적 혜택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돼요. 꽃을 받아보는 사람이 여유롭고 윤택한 삶을 즐기는 것을 고객이 인식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단 얘기죠. 물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피 한잔 가격대의 모델도 만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꽃이 더이상 축하·감사의 의미가 아닌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가져오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꽃 구독경제의 앞날이 밝다는 의미다. 이에 꾸까는 ‘일상에서 즐기는 꽃’에 집중하고 전 국민이 ‘꽃’ 하면 가장 먼저 연상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단 목표다.

“구독경제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독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업체는 구독자가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할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 가이드를 제공해야 합니다. 자신의 삶을 보다 멋있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박 대표는 꽃 문화 정착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동성친구에게도 꽃을 보내는 꾸까 VIP 고객이자 타고난 영업맨이었다. 어버이날에만 꽃을 사는 기자에게 영업을 시도했다.

“남자들도 꽃을 받으면 좋아해요. ‘남남’(男男) 꽃 선물이란 난생 처음 하는 경험이 재밌고 신기하다는 거죠. 꽃의 행복과 가치를 몰랐던 사람도 꽃을 접하게 되면서 꽃 문화는 차츰 일상에 뿌리내릴 거예요.”

☞ 본 기사는 <머니S> 제606호(2019년 8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