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2015.11.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고,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해 아동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민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9일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고,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와 법무부장관에게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현행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며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 조항 때문에 '훈육을 위해서였다'라고 주장한 체벌이 아동학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동학대 가해자가 이를 학대행위에 대한 법적 방어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징계권 삭제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총 4건 발의됐고, 법무부에서도 1건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이 중 일부 법률안은 징계권을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거나, 체벌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인권위는 5개 법안을 모두 검토한 결과, 민법 915조의 징계권을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징계권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자인 친권자의 학대를 정당화하는 항변사유로 사용됨으로써 친권자의 처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또 인권위는 현행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의 관한 특례법이 친권자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고 있어서, 민법상 징계권을 삭제하면 법률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인권위는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동 체벌금지를 명확히 하고, 아동학대 금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한편 일부 법안이 제915조에서 징계권을 삭제하면서 대신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신설한 것에 대해 인권위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징계'와 '훈육'의 개념이 모호해 아동학대 예방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인권위는 "긍정적 훈육은 법률로 규정해야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라기보다는 친권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필요한 훈육'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아도 사회 통념상 허용 가능한 수준의 친권행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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