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피로도가 쌓인 부처 장관을 교체해 새로운 국정 동력 확보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정의용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75),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황희 국회의원(54),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권칠승 국회의원(56)을 내정했다.

이번 개각은 지난해 말 단행된 '12·4 개각'과 '12·30 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 달 새 국무위원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바꾼 점에서 국정운영 동력 회복에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유일한 원년 멤버였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퇴장도 바이든을 필두로 국제정세의 판이 뒤집힌 만큼 정권 후반기 진영을 재정비하는 일환으로 보인다.


한 달 새 국무위원 대폭 물갈이… 절반 교체
지난해 '12·4 개각'부터 이날 3차 개각까지 1개월 사이에 국무위원 18명 중 절반이 교체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4 개각을 통해 국토교통부(변창흠)·행정안전부(전해철)·보건복지부(권덕철)·여성가족부(정영애) 장관으로 내각을 꾸렸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마무리 되면 6개 부처의 장관 교체 작업이 마무리 된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계획서를 의결한 모습. /사진=뉴스1
'12·30 개각'에서는 법무부(박범계)·환경부(한정애) 장관 후보자가 내정됐다. 25일로 예정된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마무리 되면 6개 부처의 장관 교체 작업이 마무리 된다.

새로 발표된 외교부·중소벤처기업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더하면 총 9개 부처의 수장이 교체된다. 이는 2019년 7개 부처 장관을 한 번에 대폭 물갈이 했던 3·8 개각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러한 큰 폭의 내각 개편 작업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촉발된 국론 분열을 수습하고 임기 말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회복·도약·포용을 새해 국정운영 화두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3차 개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던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과적으로 발표되지 않으면서 후속 개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018년 9월,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2019년 4월, 김현수 농림부 장관은 2019년 9월부터 장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부처 장관들의 임기가 길어지는 것에 따른 정책 피로감 해소를 위해 교체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속 개각 가능성과 관련해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인 마무리 또 후반기의 성과 창출을 위해서 항상 검토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국무위원 18명 중 7명이 현직 의원… 의원 입각 크게 늘어 
현역 의원 입각 비중이 높다는 점은 이번 개각의 또 다른 특징이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권칠승 민주당 의원과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황희 의원은 모두 20대 국회 때 여의도에 입성해 재선에 성공한 현역 재선 의원이다.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정의용 후보자도 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4 개각'부터 이날 3차 개각까지 한달 새 의원 입각이 이어졌다. 사진은 박범계(왼쪽부터)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희 문화체육부장관 후보자,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 /사진=뉴스1
권칠승·황희 의원을 포함하면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18명) 가운데 38%(7명) 가량이 현역 의원 입각으로 채워지게 되는 셈이다. 

현역 의원 입각 비율이 높아진 것은 집권 후반기의 대표 현상 중 하나인 '구인난'과 무관치 않다. 다수 인사들이 인사청문회 부담을 토로하며 입각 제안을 거절한 사례가 속출했다고 전해졌다.
전·현직 의원을 발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인력난 해소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관행에 따라 현역 의원이 청문회에서 낙마한 경우는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드물다.

이외에도 현역 의원 입각을 통해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부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된다. 국회와 행정부에 적을 두고 있는 현역 의원 입각으로 당정청 간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 집행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돌려막기 식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야권의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국민의 힘은 이날 개각과 관련해 "또 다시 돌려막기, 회전문 인사"라며 "대통령 측근 말고는 장관 후보가 그리 없나"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이 같은 해석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장관을 비롯해 여러 자리에 인사를 하는 데 출신은 중요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며 "도덕성, 전문성, 리더십에서 누가 적임자냐하는 인선 기준에 따라 선정한 인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