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혜선이 22일 서울 상암동 인근에서 열린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2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 열여덟 번째 주인공은 김혜선(38)이다. 2011년 KBS 공채 26기 개그우먼 출신인 김혜선은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최종병기 그녀' '기다려 늑대' 딸바보' '뿜 엔터테인먼트' '취해서 온 그대' 등의 코너에서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와, 남다른 운동 능력을 배경으로 만든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독일 생활 중 만난 독일인 남편 슈테판 지겔과 2018년 결혼을 올린 뒤, '개그콘서트'로 활발히 활동을 펼쳐온 김혜선은 점핑머신 센터 CEO로도 변신해 사업가로도의 면모도 보여줬다. 지난해 '개그콘서트' 폐지 후 사업가로서의 활동에 집중해오던 김혜선은 최근 유튜브 '엔조이 커플'의 콘텐츠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속 모니카를 패러디한 '뭡니카'로 출연하며 또다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김혜선은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2에서 FC 개벤져스의 새로운 멤버가 되기 위한 오디션에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과연 새로운 멤버로 합류할 수 있을지 눈길을 끄는 구석. 서울액션스쿨 출신으로, 운동에 있어서는 남다른 자신감을 가졌다는 김혜선은 최근 뉴스1을 만나 '골 때리는 그녀들' 합류에 대한 기대심과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출연 후 달라진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든 요즘, "꽉 찬 관객석 앞에서 개그를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김혜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개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웃음은 약"이라며 "웃으면 병도 안 난다"라고 생각한다는 김혜선을 만나 그의 코미디 인생과 웃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개그우먼 김혜선이 22일 서울 상암동 인근에서 열린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2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 김혜선 편②에 이어>
-본인에게 개그맨 '공채'라는 건 어떤 의미였나.
▶저에게는 터닝포인트였다. 제가 29세에 합격하면 KBS 개그우먼 최연장자 합격자가 됐었다. 그때 딱 느낀 게 '아 죽을 만큼 하면 되는구나'였다. 28세 때 떨어지고 나서 좌절하면서 생각해보니 '이게 간절할 정도로 열심히 했나'라고 돌아보게 되더라. 생각해보니 되게 간절할 정도로 열심히 하지는 않은 것 같더라. 1년 동안은 사람들 많이 안 만나더라도 후회 없이 집중해서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 1년 동안 탈모도 생겼다. 그러고 나서 합격을 한 것을 보고 뭐든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뭐라도 제대로 열심히 해야 될 건 그럴 때 되는구나 싶었다. 지금도 너무 힘들 때는 딱 그때를 생각하면서 '내가 정말 간절하게 제대로 했나'라고 돌아보게 된다.
-개그맨과 개그우먼이라고 성별로 단어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 저희끼리는 딱 나누지 않는 편이다. 저는 개그맨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고, 개그우먼이라는 단어를 저한테 많이 안 쓰더라.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제가 '개그맨입니다' '개그우먼입니다' 이렇게 따로 지칭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사람들을 웃기게 하는 건 똑같고, 저희들 사이에서는 이거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쉽게 생각해보면 개그우먼들은 '우리는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 대우를 받아야 돼'라는 생각은 없는데, 한편으로는 '그래도 여자인데 선을 지켜줬으면 한다'는 것도 있다. 개그맨들끼리는 너무 친한 나머지 선이 없어져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깐 센 여자들만 남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
▶저는 그냥 까불고 싶은데 그걸 방치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면 좋을 것 같다. 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다. 개그우먼들이 뭉쳐서 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방송에서 개그맨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분위기이기도 한데.
▶많은 선배님들이 너무 잘 활동하고 계시지만, 신인들도 많이 올라와야 하는데 '개그콘서트'가 없어지면서 (개그를) 보여줄 기회가 적어졌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호흡하는 무대가 적어지지 않았나.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오프닝 공연에 섰는데 앞에 빨간 의자만 있으니깐 허하더라. 부산까지 갔는데 결국 같은 무대여서 아쉬웠다. 어쩔 수 없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언제 이런 것이 지나가나 싶기도 하다.
개그우먼 김혜선이 22일 서울 상암동 인근에서 열린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2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최근 유튜브 위주로 개그판의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이게 유행이라니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섭외 단계에서 인플루언서냐 개그우먼이냐를 놓고 고민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존심이 조금 상한다. (인플루언서들이) 정말 잘 나가는 것도 대단하지만, (개그맨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지금은 후배들이 너무 잘 해주고 있어서, 여기서 되는 사람들은 저기서도 잘 되는구나 생각도 하고 있다.
-선배로서 후배 개그맨들의 활동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
▶지금 후배들이 하는 걸 보고 있다 보면, 유튜브의 단점들이 있다. 너무 자극적인 소재들만 조회 수가 올라가니 그런 조회 수에 기대게 된다. '개그콘서트'는 남녀노소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볼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맞게) 방송심의를 준수하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안정적이고 사람들에게도 '아이랑 봐도 괜찮은 개그 프로그램'인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 같은 경우에는 그런 기준들이 사라지다 보니 아이들한테도 좋은 영향력 보다는 자극적인 소재의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하는 고민도 있다.
-김혜선에게 코미디란 어떤 의미인가.
▶살아가는 이유다. 그냥 나라는 김혜선답게 살게 해주는 거다. 코미디언이 되지 않았다면 굉장히 우울한 소녀이지 않았을까 싶다. 저는 원래 꿈이 없었다가 24살부터 코미디언의 꿈을 꾸게 됐다. 원래 댄서가 꿈이어서 준비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정체기가 오더라. 정체기가 올 때 저는 습관이 공책에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 써보고 분석을 해본다. 내가 언제 행복했을까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주변에서 코미디언을 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걸 생각하면서 '내가 이 길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 길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내가 아닌 길을 쓸 데 없이 억지로 끌고 가는 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코미디언을 해볼까 하면서 시작됐다. 근데 이렇게 오래 걸릴 걸 알았다면 안 했을 것 같다.(웃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은데.
▶꽉 찬 관객석 앞에서 개그 하고 싶다. 저희가 개그 공연이나 지방 공연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많이 없어졌다. 코미디 연극도 많이 하고 싶고, 무대에 좀 많이 서고 싶다. 사람들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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