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신용대출, 만기 연장 거절됐다… 영끌족 '발동동'
② 전세대출 7% 돌파… 대출이자 무서워 '캥거루족' 증가
③ 은행서 뺨 맞고 빅테크 간다
#직장인 신지원(가명·32세)씨는 다음달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부모님 집에 들어가 살기로 결정했다. 독립한 지 5년이 넘었지만 불어난 전세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캥거루족'이 되기로 자처한 것이다. 신 씨는 "월급 200만원으로 전세대출 이자 70만원에 관리비 등 공과금을 내면 저축할 돈은 50만원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저축했지만, 이자가 너무 불어나 내 집 마련 계획은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형수(가명·35세)씨는 직장과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신축 아파트(84㎡)에 월세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00만원이다. 지난달에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50만원의 계약이 이뤄진 바 있다. 박씨는 "인근 아파트의 전셋값이 비싸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며 "전세대출 이자를 고려하면 월세가 더 저렴하다는 생각에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3%까지 오르면서 전세 대출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셋값 상승에 전세대출 금리는 6%대 중반까지 올라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세대출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를 돌파했다. 코픽스 상승에 전세대출 금리는 6%대까지 올랐다. 지난 19일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코픽스 신규 취급액 기준 연 4.34~6.60%다.
금리인상에 '변동금리' 전세대출자 비명
전세대출은 지난 5년간 50조원 미만에서 160조원으로 3배 이상 폭증하며 집값 상승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7개 은행 전세대출은 2017년말 48조6000억원에서 이듬해 71조7000억원으로 약 50% 늘었다. 2019년에도 오름세는 지속돼 98조7000억원을 찍고 2020년엔 132조3000억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는 거세게 불어온 갭투자 열풍으로 전세대출은 162조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대다수 전세대출이 변동금리란 점이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대출자는 금리상승이기에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말 전세대출 중에서 변동금리 대출은 151조5000억원으로 비중은 93.5%에 달했다. 10명 중 9명이 금리인상 이자 증가에 노출된 것이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 전세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출금리 상승 여파에 세입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 상단 금리가 7%대에 다가서면서 월세 전환율인 4%대보다 3%포인트나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세대출을 받은 2030세대가 많아 젊은층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30세대 대출자는 61.6%(84만8027명)를 차지했다. 대출잔액(93조9958억원) 기준 55.6%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2억원의 전세대출을 받은 대출자는 기준금리 연 0.5%에 코픽스 6개월물(연 2.69%)에 연동되는 대출금리를 받아 월 이자는 44만8000원, 연간 538만원을 냈다. 하지만 올해 10월 기준 대출자가 매월 납부해야 하는 이자는 72만원으로 27만2000원이 늘었고 연간 이자 납부액은 864만원으로 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6%대의 전세대출 금리가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월세전환율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청년층이 과도한 빚 부담을 떠안아 부실화하지 않도록 여신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922억원 못 갚아… 2030 상환 능력 최악
최근에는 전세대출을 못 갚아 정부에 손을 내미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 금리 인상에다 전세대출·보증금 사기 등으로 청년층의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따르면 올해 주금공이 대위변제한 전세 대출금 규모는 7월 말 기준 총 17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라면 단순 계산으로 주금공의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 규모는 연말 296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세자금보증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할 때 담보로 주금공이 보증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세입자가 기한 내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공사가 일단 대신 갚은 뒤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한다.

정부의 전세대출 대위변제 가운데 53.4%인 922억원은 2030 청년층이다. 특히 30대 차주 대상 대위변제 규모는 640억원으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또 주금공이 대신 갚아준 20대 차주 전세 대출금 규모는 282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합계(262억원)를 넘어섰다.

20대 청년이 전체 대위변제 대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2년 새 급증했다. 2017~2020년만 해도 전체 대위변제 대상에서 20대 청년 비중은 4~6%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2%, 올해 16.3%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설상가상 대위변제 회수율마저 떨어지고 있다. 올해 주금공의 전체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전년 대비 2.8%포인트 급감한 4.1%로 집계됐다.

회수율이 4%대로 떨어진 것은 6년 새 처음이다. 특히 20대 회수율은 전체 회수율을 밑도는 3.8%에 불과했다. 20대 전세자금 282억원을 대신 갚아준 뒤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한 금액이 10억7000만원에 그친다는 의미다.

2030세대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하고 파산에 들어서는 이유는 빠르게 오르는 금리인상 탓이다. 올해 전세자금보증 사고 발생률은 지난 8월 기준 0.51%로 전년대비 0.13%포인트 증가했다.

주금공은 최근 청년층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하는 가운데 '깡통전세' 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떼먹는 사기 피해도 늘고 있어 향후 보증사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연령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현황에 따르면 사고 10건 중 7건(69.4%)은 2030 차주로 나타났다. 사고 금액은 총 2968억원에 달한다. 특히 20대 보증사고 규모는 842억원으로 2018년(19억원)보다 44배 이상 폭증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전세자금보증은 대위변제 이후 차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하는데, 대위변제까지 가는 대출자는 실직 등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하며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며 "향후 청년들이 깡통 전세나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보증사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