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 교전이 발생해 가옥이 파괴된 모습이다. 러시아는 전날부터 이어진 이번 교전의 배후로 우크라이나 사보타주(파괴공작) 그룹을 지목했지만, 러시아 반(反)체제 단체 2곳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2023.05.2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서부 벨고로드에서 벌어진 교전이 이틀 만에 종료됐으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70여명을 사살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본토에서 교전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일일 브리핑을 통해 벨고로드 지역에 침투한 무장세력에 공습과 포격을 가하고 국경 수비대의 작전으로 이들을 물리쳤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70명 이상을 사살하고 장갑차 4대와 트럭 5대를 파괴했다"며 "잔당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고 덧붙였다.
이날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주 주지사도 이동·통신의 자유 등 여러가지 기본권에 제약을 가져온 대테러 작전 체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인 1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사망했으며 민간인 12명이 부상했다고 했다. 피란을 간 주민들에게는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으므로 아직 돌아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앞서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전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 (파괴공작) 그룹이 벨고로드주 그라이보론 지역에 진입했다"며 "러시아군과 국경수비대, 대통령실 경호처, 연방보안국(FSB)이 침입을 격퇴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다" 전했다.
벨고로드 주정부는 격퇴 작전이 시작된 그레이보론 등 벨고로드 내 9개 마을에 대피령을 발령했다.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다연장로켓포와 드론을 사용해 벨고로드 지역 약 20개 마을에 포격을 가했다고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전했다.
러시아 보안당국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바자(Baza)에는 우크라이나군 장갑차가 그라이보론 국경 검문소로 진격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또 다른 텔레그램 채널 오픈 벨고로드(Open Belgorod)는 이번 교전으로 접경지 마을의 전기와 수도가 일제히 끊겼다고 전했으며, 마쉬(Mash)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보안대 건물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번 교전의 배후로 우크라이나의 파괴공작(사보타주) 그룹을 지목했지만 러시아 반(反)체제 단체들은 이번 교전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러시아의 퇴각 주장을 일축했다.
러시아 반체제 단체 '러시아 의용군'(RVC)은 이날 성명을 내고 "RVC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았다"며 병력 철수 사실을 부인했다. 또 다른 반체제 단체 '러시아 자유군단'(Freedom of Russia Legion)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기계화보병 중대를 비무장화하고 장갑차를 파괴했다"며 "푸틴의 군대는 지난 하루 동안 어떤 성공도 거두지 못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벨고로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우리와 이번 교전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푸틴 최측근'으로 알려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관영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사보타주가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잡설을 늘어놓는데,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분개했다. 그러면서 교전 가담자들을 '쥐새끼처럼 박멸해야 할 쓰레기들'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국방부는 "전투기 추락 사건과 크림반도에서의 곡물철도 공격에 이어 직접적인 빨치산 공격까지 발생하는 등 러시아가 국경 인근에서 갈수록 심각한 다중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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