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해운은 인수합병 없이 업계 2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인수합병 없이 한국 해운업계 2위 '고려해운'… "누구냐 넌"
②고려해운, 안정적 성장엔 화려한 재계 '혼맥'이 뒷받침
③고려해운, 아직까진 잘 버텼는데… '생존' 넘은 '미래 투자'는 불투명

고려해운은 국내 해운업계 2위 기업이다. 1954년 컨테이너 화물 선사로 창립한 이후 지난해까지 38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굵직한 인수·합병(M&A) 없이 해운 외길만 걸었다. 수익이 발생하면 재투자하며 체력을 키우는 것이 회사 경영방침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경영실적은 매출액 5조118억원, 영업이익 1조7918억원, 당기순이익 1조858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에 고려해운 모회사 '고려HC'(고려에이치씨)는 올해 처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내부 경쟁으로 다져진 체력
고려해운 지배구조 /그래픽=이강준 기자
고려해운은 1954년 이학철 회장이 설립했다. 1973년 한-일 컨테이너 정기선 운영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고 1986년 해상화물운송주선업, 1988년 항공화물운송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수 십 년째 경영권 관련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창업 일가가 경영권에서 배제되고 전문경영인 일가가 최대주주로 등극해 회사를 좌지우지한다. 창립자 일가와 전문경영인 일가가 비슷한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1970년 박현규 해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이 고려해운 전무이사로 영입되면서 시작됐다. 박현규 이사장은 1973년 고려컨테이널터미널(현 KCTC)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1980년 이학철 회장이 별세하며 박현규 이사장이 고려해운 대표가 됐다. 신태범 당시 부사장은 KCTC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후 KCTC 회장을 역임한다.


5년 뒤인 1985년 박현규 이사장이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신태범 회장과 이학철 회장 아들 이동혁씨의 공동 대표 체제가 출범한다. 이동혁 대표는 취임 당시 38세 젊은 나이여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1년 이동혁 대표는 신태범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그러면서 전문경영인인 전문준 당시 부사장을 대표로 세웠다.

이후 박현규이사장과 이동혁 회장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해운업계는 양측의 갈등이 2004년부터라고 본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의 견해가 엇갈렸고 결국 이동혁 회장의 퇴임으로 이어졌다. 최대주주는 이동혁 회장이었지만 사돈지간인 박현규 이사장과 신태범 KCTC 회장이 경영에서 밀어냈다는 관측이다.


왼쪽 세 번째가 박정석 고려해운 회장이다. /사진제공=해운협회
2007년부터는 박현규 이사장 아들 박정석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맡았다. 박정석 대표는 1983년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한 뒤 1992년부터 KCTC에서 해운업 경험을 쌓고 부사장을 지냈다.
2016년에는 신태범 회장 아들인 신용화 대표가 경영에 참여해 박정석 회장, 신용화 대표 구도가 형성됐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고려해운은 지주사 고려HC의 지배를 받는다. 고려HC는 2012년 12월 박현규 이사장과 신태범 회장 등 전문경영인 측이 보유한 주식을 현물 출자해 설립한 비금융지주회사다.

고려HC는 박정석 회장과 박 회장 동생인 박주석 이사가 지분을 각각 24.7%, 23.8% 보유하고 있다. 고려HC는 고려해운 지분 42%를 소유한 1대주주다. 전문경영인 일가 우호세력인 신태범 회장은 고려HC 지분 43.3%를 갖고 있다. 박정석 회장과 박주석 이사는 고려해운 지분도 각각 2.8%, 2.07%도 갖고 있다. 전문경영인 일가의 고려해운 지분율은 총 46.87%에 이른다. 창업 일가인 이동혁 전 회장 지분율은 40.87%로 2대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