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5주기를 맞는다. /사진=한진그룹
한진그룹은 8일 故 조양호 회장 5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시 소재 신갈 선영에서 가족과 그룹사 임원이 참석하는 추모식을 갖는다. 조양호 회장은 2019년 4월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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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위기·난관 헤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키워━
조양호 회장은 1949년 3월 8일 인천광역시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인하대 공과대학 학사, 美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다. 1974년 대한항공 입사 후 45년간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를 거치고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생전 대한민국의 국적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을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대한항공이 수 많은 위기를 겪었음에도 이를 극복하며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세계 항공업계가 무한 경쟁을 시작하던 당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Team) 창설을 주도하며 대응했고 전 세계 항공사들이 경영 위기로 잔뜩 움츠릴 때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은 아들인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사장과 함께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을 하기도 했다. /사진=뉴스1
2019년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서울 연차총회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을 위한 조양호 회장의 유산이다. IATA 연차총회는 개최국의 항공산업 위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항공업계의 UN 회의'라 불린다.
조양호 회장은 1996년부터 IATA의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BOG, Board of Governors) 위원을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는 31명의 집행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SPC, Strategy and Policy Committee) 위원도 맡았다.
2010년대 미국 항공사들과 일본 항공사들의 잇따른 조인트 벤처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중요한 수익창출 기반인 환승 경쟁력이 떨어지자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추진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 환승 수요를 새로 유치해 결국 대한민국 항공시장의 파이를 한층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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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대한 소명의식, 국격 높였다━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체육회로부터 특별 공로상을 수상했다. /사진=한진그룹
그는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아 지지부진하던 올림픽 준비와 관련해 경기장 및 개∙폐회식장 준공 기반을 만들었고 월드컵 테스트 이벤트를 성사시키는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본 궤도에 올렸다. 실제 올림픽 개최 당시에는 조직위원장이 아니었음에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외교관으로 활동했다.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한불최고경영자클럽 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과 세계 각국의 돈독한 관계 유지를 위해 힘썼으며 한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 루브르, 러시아 에르미타주, 영국 대영박물관 등 세계 3대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후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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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원칙'에 입각한 경영철학━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산업 발전을 이끌었고 민간외교관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사진=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절대 안전을 지상 목표로 하는 수송업에 있어 필수적 요소 이고 고객과의 접점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현장임을 강조했다.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이고 최상의 서비스야말로 최고의 항공사를 평가 받는 길이라고 보고 고객중심 경영에 중점을 뒀다. 해외 출장은 생생한 서비스 현장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는 평.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그의 노하우, 이를 위해 차곡차곡 흔들리지 않고 쌓아온 경영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절대 가치가 되고 있다.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간 조 회장이 남긴 대한항공의 유산은 그의 아들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뜻을 이어가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의 키워드는 '기본'(基本)이다. 조원태 회장은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는데 항공업계 기본의 두 축인 '절대적인 안전 운항'과 '고객 서비스'를 강조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큰 과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요한 시점에 놓였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해 총 14국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고,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완료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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