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시승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클래스 /사진=박찬규 기자
비명과 탄성이 절로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더 뉴 G-클래스'를 타고 오프로드를 질주할 때 지금껏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 짜릿함을 느꼈다. 마치 랠리카를 타고 대회에 출전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굽은 비포장 산길을 질주했다. 공포와 즐거움의 경계를 오가는 주행을 통해 새로운 G-클래스의 엄청난 성능을 프랑스 현지에서 온몸으로 체험했다.
━
제왕의 귀환…'더 뉴 G-클래스'를 타다━
더 뉴 G-클래스 운전석 시야 /사진=박찬규 기자
전설의 오프로더로 불리는 'G-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UV(승용형 다목적차) 중 단연 돋보인다. 반듯하게 각진 모서리와 동그란 헤드램프 등 특징적인 디자인은 1979년 출시 이후 'G-클래스'만의 전통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G-클래스의 'G'는 독일어로 'Geländewagen'(겔렌데바겐: 길이 없는 지역을 다니는 차)에서 따왔다. 오프로드(off-road)를 뜻하는 독일어 '겔렌데'(Gelände)와 차를 의미하는 '바겐'(wagen)이 합쳐진 말이다.
새로운 G-클래스는 지난 3월26일 글로벌 공개됐다. 아이코닉한 외관과 독보적인 오프로드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주행 성능을 높였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 최첨단 편의 기능과 디지털 요소를 더해 어떤 조건에서도 탁월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
G450d, 디젤임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시승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클래스 /사진=박찬규 기자
G450d는 배기량 2989cc의 6기통 디젤 엔진을 탑재했는데 주행 시 소음과 진동이 전혀 거슬리지 않아서 함께 차에 탄 이들조차 디젤 차종임을 의심하게 했다.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차종이지만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콘셉트 때문이다.
이전 대비 37마력 향상된 367마력(hp)의 최고출력과 750Nm(@1350~28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갖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통합형 스타터 제너레이터(ISG)가 적용돼 20마력(hp, 15 kW)의 출력과 200Nm의 토크를 보탠다. 가속감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저속이나 고속 모두 충분히 가속된다.
더 뉴 G-클래스는 트렁크도 고급스러웠다. /사진=박찬규 기자
더 뉴 G-클래스의 전 모델에는 특별히 세팅된 9단 토크 컨버터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이 변속기는 기어비가 넓게 퍼져 있는 형태로 특히 낮은 속도에서 편안하고 조용하게 주행하고 연료 소비를 줄이도록 돕는다는 게 회사의 설명.
터치 조작이 가능한 12.3인치 운전자 및 미디어 디스플레이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G-클래스 중 처음으로 탑재됐다. 이를 통해 복잡한 도로에서도 직관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MBUX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도 이용이 쉬웠다.
━
고급스러움을 갖추면서도 언제든 험로를 달릴 수 있는 차━
오프로드 시승을 위해 대기 중인 메르세데스-AMG G63 /사진=박찬규 기자
이차는 AMG 4.0ℓ V형 8기통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85마력(hp), 최대토크 850Nm의 엄청난 파워를 자랑한다. 여기에 AMG 스피드시프트 TCT 9단 변속기가 맞물린다.
게다가 앞서 시승한 마찬가지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가 새롭게 적용돼 20hp의 추가 출력과 200Nm의 추가 토크를 더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4.4초가 걸릴 만큼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자랑하지만 최고시속은 안전을 위해 220km로 제한된다.
오프로드 체험을 시작하며 올리버 슈니첸씨가 차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직은 빨리 달리기 전. /사진=박찬규 기자
시승한 G63 AMG에는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됐는데 AMG 특유의 정밀한 조향을 가능케 하고, 오프로드 승차감까지도 크게 향상시킨다. 특히 5가지 온로드 및 3가지 오프로드 주행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AMG 다이내믹 셀렉트 기능을 이용하면 설정값에 맞춰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및 스티어링 반응 등을 조절 가능하다.
오프로드 주행 프로그램으로는 '샌드', '트레일', '락'이 있는데 선택품목인 'AMG 오프로드 패키지 프로'(AMG Offroad Package PRO)를 장착하면 두 가지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추가할 수 있다.
먼저 'AMG 트랙션 프로'는 노면에 따른 휠 선택적 제동 토크 제어(wheel-selective braking torque control)를 통해 '락' 및 '샌드' 주행 프로그램에서도 최대 접지력을 생성한다. 전자 제어식 디퍼렌셜 락의 잠금 정도를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페르피냥 오프로드 코스 입구. /사진=박찬규 기자
오프로드 시승 코스는 여러가지였는데 먼저 체험한 건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장 속도가 빠른 코스였다. 건강상 문제가 될 만한 참가자는 시승이 제한됐는데 단지 흔들림이 심해서가 아니었다.
시승을 진행한 곳은 와이너리와 리조트를 품은 산길이었다. 차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본격 시승에 나섰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체험한 오프로드 시승행사는 일반적으로 주행 속도가 낮았던 터라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오프로드 시승을 마치면 차가 클레이모델처럼 변했다.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더 뉴 G-클래스 /사진=박찬규 기자
올리버씨는 "타이어와 하체 등 이 차의 모든 구성요소가 출고 상태"라며 "이렇게 달려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신기한 건 코스 곳곳에 큰 돌이 있었고, 땅이 팬 곳이 많았음에도 빠르게 달리면서도 차가 자세를 잃지 않고 노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은 점이다.
비명을 지르며 15분여의 시승이 끝나갈 무렵 피날레는 점프 구간이었다. 일반 차종으로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수준의 주행이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
문 닫는 소리까지 원형의 것을 재현하는 섬세함━
더 뉴 G-클래스 1열 인테리어 /사진=박찬규 기자
더 뉴 G-클래스는 특유의 각진 외형과 아날로그 감성 디테일이 포인트다. 묵직한 도어 핸들에 자리한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것, 특유의 둔탁한 문 닫는 소리, 강인한 인상을 주는 박스형 실루엣과 차체를 둘러싸는 외장 보호 스트립, 후방에 노출된 스페어 타이어, 솟아오른 방향 지시등은 G-클래스의 헤리티지로 꼽힌다.
국내에는 G450d와 G63 AMG 모델이 출시 예정이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