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곳곳에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도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개정 도정법 적용 대상은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진단 명칭을 '재건축 진단'으로 변경했고 실시 시기는 사업계획 인가를 획득하기 전까지로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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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던 안전진단, 이렇게 바뀐다━
안전진단은 정비사업 계획 입안 전 반드시 필요한데 그동안 각 조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다. 안전진단은 쉽게 말해 '주거가 위험해 다시 지어야 한다'라는 진단 과정이다. 위험성을 인정하는 진단을 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 있지만 실거주자가 호소하는 불편함과 달리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후속 절차 진행이 막힌다. 각 정비사업 조합이 사업 진행의 걸림돌로 안전진단을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정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건축 사업 속도는 최대 3년이 빨라질 전망이다. 사업 추진 중간에 안전진단을 실시하면서 조합 설립, 사업계획 입안까지 병행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도 속도감 있는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사업성이 떨어져 사각지대에 놓인 정비사업에 보정계수를 적용하고 2004년 종 세분화 이전에 받은 현황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도 인정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2030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주거환경정비사업 부문·기본계획)을 지난달 고시했다. 이는 지난 3월27일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원방안'을 담은 기본계획이 고시된 것이다.
이를 통해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 ▲현황 용적률 인정 ▲1·2종일반주거지역 및 준공업지역 등의 용적률 기준 완화 ▲공공기여율 완화 등 그동안 사업성 개선 및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에서 추진한 제도개선 사항들의 적용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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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리스크 '신탁'으로 뚫는다━
정비사업이 활발히 이뤄질 경우 신탁방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시행하거나 시행 대행을 맡는 신탁방식은 보다 빠른 속도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진행 중인 사업장들에서 신탁사와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놓고 분쟁이 빈번해 사업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최근 신탁방식의 정비사업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KB부동산신탁이 시행사로 나선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에 지난 2017년 안전진단 통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던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신탁업계의 설명이나 리스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 1~2위 한국토지신탁은 무궁화신탁과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진행한 경기 안산시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에서 지난해 12월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후 계약 내용 수정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신탁계약 해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국토지신탁은 경기 성남시 분당 무지개마을 6~10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와도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무지개마을 통합재건축은 ▲건영 6단지 ▲라이프 7단지 ▲제일 8단지 ▲동아 9단지 ▲삼성건영 10단지 등 5개 단지 총 1232가구로 구성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 이매촌 삼성·삼환아파트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도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단지는 준공 30년차로 삼성 1162가구, 삼환 572가구 등 총 1734가구다.
대신자산신탁은 당산현대3차아파트 재건축을 위해 사업추진위와 MOU를 체결했다. 서울 여의도와 목동, 경기 광명 일대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며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시내 한 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 규제 문턱이 낮아지는 추세이고 신탁방식의 장점이 커 사업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변수가 많아 신탁방식의 장점도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비사업 과정에는 여전히 높은 벽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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