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철강 수출로 고전하자 정부가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추진하고 나섰다. 사진은 현대제철 용광로/사진=머니투데이
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저가 후판(두께 6㎜ 이상인 강판)에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잠정 반덤핑 관세 검토는 철강업계 보호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통상 덤핑 제소부터 최종 결론까지는 1년 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잠정 덤핑방지 관세는 그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무역위는 이르면 내년 1월 예비판정으로 잠정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무역위는 지난 7월 현대제철 반덤핑 제소 이후 10월 산업피해 조사에 돌입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 업체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연강판 추가 제소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침체 및 경기 위축으로 철강 수요가 줄자 생산 물량 대부분을 싼값에 수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0월 중국 철강 수출은 전월 대비 10.1%, 전년 동월 대비 40.8% 증가한 1118만t에 달했다.
중국산 철강재 무역 규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에 대한 탄소국경세 1단계를 도입했다. 일본도 9월 중국산 철강재 관세 기준을 강화했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산 철강 수입을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간접 대응하고 있었다. 캐나다도 25% 관세 부과안을 발표했다.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도 중국산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이 중국산 철강 '밀어내기 수출' 주요 타깃이 되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115만7800t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량 112만2774t을 넘었다. 2022년에 비해선 80.5%나 많다. 가격은 국내산 대비 최대 20%까지 저렴하다.
국내 철강업계가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철강협회는 올해 1~9월 누적 기준 국내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4만t으로 최근 14년만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제철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2053억원을 기록하며 80%가량 급감했고, 같은 기간 포스코도 32% 준 1조 330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공장 개·보수 기간을 늘려 생산량 감축에 나섰고, 현대제철은 제2공장 폐쇄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도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중국 내 유일한 제철소인 장가항포항불수강(PZSS)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구조조정은 노사 간 파열음을 낳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셧다운 통보로 노조와 대치 중이다. 포스코 역시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열어 창사 56년 만에 파업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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