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위크 라이트가 개막한 지난 7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건물 외벽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소설 '흰'에 등장하는 문장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5시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4)이 강연을 통해 지난 31년 동안의 작품 세계를 회고했다.
그는 1979년 4월 8세 때 쓴 '천진하고 서툰' 시로 강연의 문을 열고 닫았다. 그는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가 나왔다.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했다"며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강연에서 한강은 미리 준비한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차분한 목소리로 읽었다.
30분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한강은 자신의 소설 다섯 편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게 된 과정과 그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었다"며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간들과 맞바꿈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며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작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와 관련해 "그곳에서 학살이 벌어졌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며 "몇 해가 흘러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고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인간이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이삼 년 전부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며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며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돼 주었고, 연결돼 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책을 완성한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며 "완성의 시점들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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