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국내 최대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텐센트와의 밀접한 관계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카카오 판교아지트의 모습. /사진=뉴스1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최대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텐센트와의 밀접한 관계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 테크 기업 텐센트를 '중국 군사 지원 기업'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카카오엔터와 텐센트 관계가 글로벌 확장 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0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최근 글로벌 팬덤 플랫폼 '베리즈'(Berriz)에 대한 내부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팬플랫폼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베리즈는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며 초반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위버스의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를 넘는 점을 감안한 행보다. 이를 위해 카카오엔터는 최근 미국 특허청에 베리즈 상표권을 신청하며 글로벌 진출 준비를 본격화했다.


다만 베리즈의 글로벌 확장 전략은 미·중 갈등이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텐센트를 '중국 군사 지원 기업' 명단에 추가하며 텐센트와의 거래를 제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2026년 6월 이후 해당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될 예정이어서 텐센트와의 관계가 깊은 카카오엔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카오엔터와 텐센트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텐센트는 특수목적회사인 스카이블루 크리에이티브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카카오엔터의 지분 2.96%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 인사들은 2015년부터 카카오엔터의 이사회에서 활동해 왔는데 지난해 12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텐센트의 차오 양 써니 로 전무이사가 카카오엔터 이사회에 합류했다.

모회사인 카카오도 '중국 자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님에도 텐센트와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2년 카카오 설립 당시 텐센트는 김범수 창업자에 이어 13.3%의 지분을 보유한 2대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후 텐센트의 자회사인 맥시모(Maximo)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추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절반가량 줄여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카카오 지분 5.95%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베리즈가 글로벌 팬덤 플랫폼 시장에서 위버스와 같은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미국 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 북미가 세계 최대 음악 시장으로 주목받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시장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미국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중국 견제가 심화함에 따라 카카오와 텐센트의 밀접한 관계가 글로벌 확장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는 미국이 텐센트와 연관된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거나 간접적으로 미국 내 파트너사들에 협력을 제한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미국은 과거 화웨이 사례처럼 동맹국들에도 대중국 견제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글로벌 음반사들과의 협력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엔터는 이미 컬럼비아레코드와 RCA레코드 같은 대형 음반사들과 협력을 맺고 있지만 텐센트와의 관계가 이러한 협력은 물론, 다른 대형 음반사와의 추가 협력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반중국 정서가 확산하면서 텐센트와의 연결고리가 비즈니스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고 텐센트와의 관계를 단절하기도 쉽지 않다. 텐센트는 카카오의 초기 투자자이자 주요 주주로 지난 10년 이상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 텐센트는 단순히 재무적 지원을 넘어 카카오엔터의 중화권 내 K팝 유통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와 텐센트와의 관계를 끊는다면 중국 사업 확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미·중 갈등 심화에 따라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며 "제재가 강화되면 텐센트와 관계를 맺은 기업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