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사용 현황이 대외비로 여겨져 마일리지 항공권 운영이 사실상 깜깜이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래픽=김은옥 기자
매년 항공사 마일리지 사용이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이어지지만 마일리지로 쓸 수 있는 항공권 좌석 수와 비율은 모두 '영업 비밀'로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다. 공급 규모를 알 수 없는 등 관련 좌석 운영이 사실상 깜깜이 상태여서 소비자 후생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여행 성수기 기준 편당 마일리지 좌석 비율을 5%로 권고하고 있지만 마일리지 항공권 좌석 수와 비율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다.

지난해 11월 곽규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항공사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마일리지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마일리지·스탬프 등 고객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항공사 4곳을 제외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4곳(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프레미아)만 마일리지 사용 현황을 제공했다.


항공사들이 통상 항공기 좌석의 5%가량을 마일리지석으로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제 운영 현황은 불투명하다.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마일리지 좌석이 적정 비율로 제공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항공사가 마일리지 좌석을 확대하겠다고 해도 이를 검증하기 어렵다.

마일리지 항공권 예약이 어렵기에 미국·유럽 등 인기 여행지는 1년 전부터 예약 경쟁이 벌어진다. 이코노미석은 상대적으로 예약이 수월하다지만, 좌석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마일리지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부족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전 마일리지 소멸을 위해 특별기를 띄우며 마일리지 사용을 유도하고 있지만 국내선인 김포-제주 항공편이어서 해외여행을 원하는 고객들의 불만이 높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보유한 직장인 A씨는 "태국 여행을 위해 출국편을 마일리지로 예약했는데 귀국편도 마일리지로 결제하려고 보니 출국일로부터 20일 이후에나 좌석이 있었다"며 "결국 원하는 일정에 맞출 수 없어 여행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국적 항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국토부조차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의 합병으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마일리지 사용 조건이 더욱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항공은 2023년 지역 대신 운항 거리에 따라 마일리지 공제율을 변경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비판 여론에 철회한 바 있다.

마일리지는 회계상 부채에 해당돼 이연수익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5542억원, 아시아나는 9819억원이다. 양사가 통합되면 대한항공은 3조5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게 된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합병 전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시켜 부채를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합 전에는 아시아나 쪽의 마일리지를 많이 소진하려 할 것"이라며 "독점이라고는 하지만 외항사들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마일리지 사용을 과도하게 제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마일리지 관련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긴 어렵다"면서도 "성수기와 비수기 상관없이 월평균 10% 이상으로 마일리지 좌석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마일리지 특별기 편성 등 앞으로도 고객 편의를 위해 마일리지 사용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