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비상경영 하에서 자산 경량화(Asset Light)에 속도를 낸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자금 조달 내역. /그래픽=김은옥 기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롯데케미칼이 비상 경영 체제 속에서 '재무건정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보유 자회사 지분을 활용하고 비수익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금 경색 문제 해소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PT Lotte Chemical Indonesia) 지분 25%에 대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하고 6500억원을 조달했다. 기업이 자본 조달을 위해 활용하는 금융 기법 중 하나인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롯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에틸렌 설비 증설로 공급이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타격이 불가피했다. 2021년 1조5356억원의 영업익을 냈던 롯데케미칼은 2022년 영업손실7626억원→2023년 3477억원→2024년 347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3년 연속 손실이 지속되면서 현금 창출 능력이 악화했다.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1년 2조3684억원에 달했으나 이듬해인 2022년 1853억원으로 10분이 1 이하로 줄었다. 2023년엔 8249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지난해 3960억원으로 재차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2조원 규모의 회사채 조기 상환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발행한 회사채에 '3개년 누적 평균 이자 비용 대비 EBITDA가 5배 이상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특약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사태로 위기설이 불거지자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는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 관련 특약을 삭제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회사채 이슈를 무마한 롯데케미칼은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자산 경량화(Asset Light)에 돌입했다. 저효율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초화학 부문의 포트폴리오 비중은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키로 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회사 LUSR를 청산했다. 같은 시기 미국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지분 40%를 활용해 6600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왑(PRS)을 체결했다. 확보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투입됐고 재무 부담을 완화시켰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책정하며 "자산 매각을 통한 일시적 현금 유입이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롯데케미칼 자금 경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신규 투자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왔다. 자본적지출(CAPEX) 은 2021년 7753억원에서 2022년 2조6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에도 3조6458억원을 집행했으며 지난해는 3분기까지 1조8485억원을 투입했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지난달 실적 설명회에서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핵심 투자와 필수적인 경상 투자를 제외한 신규 투자 건에 대해서는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하면서 투자 관리를 엄격히 진행하고 있다"며 "시황 회복이 가장 중요하지만 회사도 자산 경량화 가속화 등을 통해서 추가 현금 확보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