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세종대로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주말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또다시 몰렸다.
헌법재판소가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기일 지정을 안 한다고 밝힌 이후 첫 주말 광화문 광장에는 어김없이 애국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자유통일당을 주축으로 한 탄핵 반대 측은 22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20만명의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기자는 2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를 주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탄핵 반대 집회 현장으로 향했다. 광화문역을 나오자마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판매하고 있는 상인들이 눈에 띄었다. 광화문역에서 세종대로 쪽으로 향할수록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무리 지어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거리 한편에선 '증거 명백' '부정선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
"내란 수괴는 이재명이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세종대로 앞 무대 앞에 시민들이 앉아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이날 탄핵 반대 측의 집회는 오후 1시로 예정됐지만 오전부터 많은 사람이 세종대로 인근으로 모였다. 현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최모씨(서울 서대문구)는 "자꾸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켰다 하는데 진짜 내란을 일으킨 건 이재명"이라며 "어제도 민주당이 최상목 총리 권한대행을 탄핵한다고 국회에 서류를 냈다더라"고 분노했다. 이어 "여태까지 민주당이 낸 탄핵안 다 기각됐는데 기어이 또 탄핵안을 낸 이재명이 경제 파탄 내고 나라 망치는 내란 수괴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 윤석열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관련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세종대로 옆에서는 집회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부스를 열고 집회 준비를 이어가고 있었다. 의료 및 물품 지원은 물론 참석자들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플래카드와 포스터 등을 나눠줬다.
집회 지원을 나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플래카드를 나눠주고 있던 20대 남성 양모씨(경기 광주시)는 "그냥 탄핵 집회에 참석하는 것보다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싶어서 집회 참석자들에게 탄핵 반대 플래카드를 나눠주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빨리 각하되고 대신 이재명이 하루라도 빨리 구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세종대로 집회 현장 옆에 자리잡은 시민들과 그 옆에서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는 상인의 모습. /사진=박세희 기자
집회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세종대로에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은 지역과 단체명이 적힌 깃발과 함께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고 인근에선 태극기를 판매하고 있는 상인의 모습도 보였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좌석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인근 건물 계단이나 인도 벤치에 앉거나 그냥 서서 집회를 바라봤다. 그 옆에서는 무리 지은 사람들이 행진하며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민주당 해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
헌재 앞 도로는 '철통 통제'
━
안국역 사거리횡단보도 코너에서 'STOP THE STEAL'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들고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기자는 세종대로 시위 현장을 지나 탄핵 찬성 측의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앞을 거쳐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으로 향했다. 헌법재판소로 가는 길목마다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각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1인 시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안국역 3번 출구 앞에 다다르자 경찰차 벽과 횡단보도 코너에서 'Stop the Steal' '탄핵 반대'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경찰이 시위자들을 통제하며 통행을 정리하고 있었다.


횡단보도 코너에서 시위하던 60대 여성 김모씨는 "진짜 구속되어야 할 사람은 이재명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억울하게 탄핵당할 위기에 있다는 게 너무 분해서 시위에 나섰다"며 "맘 같아선 헌재 앞까지 가고 싶은데 경찰들이 다 막고 있으니 하는 수 없이 횡단보도 앞에서라도 시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국역 인근에서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길목을 투명벽으로 봉쇄한 경찰들이 탄핵 반대 시위자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실제로 이날 경찰들은 헌법재판소 양옆 인도를 바리케이드로 막은 채 일반 시민이 한 줄로 이동할 수 있게 안내하는 한편, 태극기와 성조기를 소지한 탄핵 반대 시위자들이 헌재로 향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통행은 허용했던 경찰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헌법재판소 양옆 인도를 투명 벽과 경찰 벽으로 완전히 가로막은 뒤 시민들의 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우회하도록 안내했다.
북촌 한 카페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20대 여성 박모씨(인천 부평구)는 "주말이라 남자친구랑 데이트하려고 안국역 인근 유명한 카페에 찾아온 건데 안국역 앞에서부터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어서 당황했다. 원래는 헌재 앞쪽을 지나서 와야 빠른데 아예 못 지나가게 막고 우회하라 해 좀 불편했다. 하지만 경찰이 헌재 쪽을 다 막고 있어서 집회 소음이 거의 안 들리는 건 오히려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