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가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2021년부터 시작된 금호석유화학의 '조카의 난'이 4년 만에 마무리됐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 박철완 전 상무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권했고, 회사가 제안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금호석화는 박 전 상무 측의 이사진 진입 시도를 차단해 분쟁의 불씨를 잠재웠다.
금호석화는 25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회사 측이 제안한 ▲사내이사 박준경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박상수 선임의 건 등을 포함한 5개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사외이사 4인 선임 건의 경우 기존 박상수, 권태균, 이지윤 후보가 각각 재선임 됐으며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신규 선임됐다. 표 대결은 없었다.

금호석유화학 이사진은 정원 10명을 모두 채웠다. 이들 중 최소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이다. 앞으로 2년 동안 박 전 상무 측의 이사회 진입은 불가능하다.


과거 세 차례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박 전 상무는 올해 별다른 주주제안을 내지 았다. 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박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과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하고 주주제안으로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다. 당시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 10%를 보유한 박 전 상무였다. 박 회장은 6.69%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들인 박준경 사장(당시 전무)이 7.17%, 딸 박주형 부사장(당시 상무)이 0.98%를 보유했다.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 연속 주주제안을 하며 회사를 압박했으나 회사 내외부에서 지지받지 못한 박 전 상무는 주주총회 표 대결 패한 뒤 회사에서 물러났다. 2024년에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와 연대했다. 이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승계 절차에 반발하며 분쟁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마지막 조카의 난도 실패로 돌아갔다.


주총 전부터 박 전 상무와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렸다는 시각이 많았다. 박 전 상무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내지 않았고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공동보유 계약도 해지했다. 박 전 상무의 편에 섰던 그의 누나들도 잇따라 지분을 팔았다.

금호석화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지켜냈다. 지난해 말 기준 현 경영진 지분은 ▲박찬구 회장 7.46% ▲박준경 사장 7.99% ▲박주형 부사장 1.15%다. 박 전 상무의 지분은 9.51%로 집계됐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기존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을 비롯해 회사 측에서 선임한 사외이사가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안정적 기업 운영으로 업황 회복에 집중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직면한 석유화학업계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석화는 앞으로 회사의 내실을 다지며 석유화학 산업 불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사장이 재선임되면서 미래 사업 추진 동력도 확보했다. 백 대표는 중장기 3대 성장전략으로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 ▲바이오·지속가능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가속화 등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 성장률 6%, ROE(자기자본이익률) 1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백 대표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위기를 기회라 생각하고 금호석유화학이 우선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되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현재의 위기사왛ㅇ을 새로운 미래를 위한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