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지분 절반을 세 아들에게 증여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하게 해소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11.32%를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고 31일 공시했다.

증여 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진행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한화오션 지분 인수 등이 회사의 장기 성장을 위한 전략의 일부였을 뿐 승계와 무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증여 역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주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장기적으로 약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조4000억원은 향후 영업 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 사업은 ▲폴란드 등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 및 중동 지역 JV(합작회사) 설립 등 해외 매출 증대(6.3조원) ▲첨단 방산 기술 개발 및 시장 선점을 위한 R&D(1.6조원) ▲지상방산 인프라 및 스마트팩토리 구축(2.3조원) ▲항공 방산 기술 내재화(1조원)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규모 투자 소요가 예상되지만 회사의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년 내 유럽의 방산 블록화가 완성되기 전 폴란드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현지 생산시설을 단독 또는 합작으로 구축하지 않으면 유럽시장 진입이 차단될 우려가 있다.

지난 3월 초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 전체의 신속한 군사력 강화를 위해 총 8000억유로(약 1274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확정했다. 취약해진 군사력과 방위산업을 재건하려는 것이다. 나토 방산의 선두 주자인 독일, 프랑스의 방산업체들이 군수품 생산에 속도를 내면서 역내 조달이 강화되면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이 가로막히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과 호주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은 한화오션의 신용등급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을 공략 중인 한화오션은 주요 고객인 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모회사의 신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화오션은 지분 추가 인수로 지배력이 강화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평판의 혜택을 확실하게 볼 수 있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육상 위주 포트폴리오에 지배력이 강화된 해양방산 자회사의 역량이 더해진 것. 통합 방산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지면서 해외 경쟁 업체들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역시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게 모회사-자회사 간 지배력을 강화해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