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호실적에 따라 현대차그룹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도 수익 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 금융인 할부·리스 등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강지호 기자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캐피탈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영업수익 5조88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급증했다. 할부 및 리스 금융 실적 개선이 수익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부 금융 수익은 할부 상품의 경쟁력 강화 및 수익성 개선을 기반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전기차 취급을 확대한 리스 부문은 전년 대비 12.9% 증가한 2조46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 영업수익 중 할부금융과 리스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7%, 47.1%에 달했다.
자동차 금융 자산은 28조6055억원으로 이 중 신차 자산 규모가 약 8000억원 축소됐다. 2024년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주춤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두 회사의 작년 글로벌 판매량은 총 723만대로 2023년 730만대보다 소폭 감소했다. 신차 자산이 줄었지만 리스 부문 확대가 이를 상쇄해 전체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거래) 자산 규모는 유지됐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전체적인 그룹사 판매량 감소도 영향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리스 사업을 확대하면서 신차 자산 규모가 축소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고가차종 비중 확대 전략에 맞춰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평균 판매 단가가 높은 고수익 차종을 중심으로 영업 자산을 확보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고가 차량 비중은 각각 61.7%, 69.4%를 차지했다. 고수익 차종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기아의 RV(레저용차량) 등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은 타 캐피탈사보다 자동차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캡티브 자산은 전체 자산의 82.5%에 달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현대캐피탈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에는 은행과 카드사 등이 자동차 금융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영업환경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로는 자동차 내수시장의 성장률이 꼽힌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연도별 성장률은 ▲2022년 2.4% ▲2023년 1.7% ▲2024년 1.3%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도 국내에서 전년 대비 7.5% 가량 줄어든 124만7165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해외 판매는 598만4092대로 0.13% 가량 증가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4년간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의 글로벌 전략도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지난해 호주까지 완성차의 해외 판매와 연계한 영업 거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그룹의 전략적 요충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정식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부문 협력을 바탕으로 신규 해외 진출 등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