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힌 중국인 2명이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에게 속았다고 폭로했다. 사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중국인 포로의 모습.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캡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힌 중국인 2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인 포로 장런보(27)와 왕광쥔(34)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중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으며 자발적으로 러시아군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러시아에 완전히 속았다"고 폭로했다.

왕씨는 지난해 여름 실직 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러시아군에 합류하라는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군 복무는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지기에 왕씨는 선뜻 참전을 결심했다.


러시아군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한 왕씨는 한 달에 최대 25만루블(약 43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중국 평균 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채용 담당자는 왕씨에게 러시아 체류 비용을 부담하고 필요한 서류를 얻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한 왕씨는 입대를 결정했다. 하지만 채용 담당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입대하자마자 소지품을 모두 뺏기고 자신이 얼마를 버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왕씨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거쳐 우크라이나 돈바스에 도착했다"며 "훈련소에 들어선 순간부터 화장실에 갈 때마다 심지어 한밤중에도 총을 든 병사가 나를 따라다녔다.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와 로스토프나도누를 거쳐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전방에 배치됐다. 왕씨는 자신이 중앙아시아와 가나, 이라크 출신 외국인과 함께 배치됐다고 전했다. 왕씨는 포로로 잡히기 전 러시아군이 사용한 화학무기에 노출돼 질식하기 직전이었다며 "온몸에 힘이 빠지고 기절할 것 같은 순간 누군가가 옷깃을 잡아당기고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진짜 전쟁은 영화나 TV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기지에서는 물과 전기도 없었고 식량 배급도 하루나 이틀에 한 번 있었다고 말했다. 새벽 4시나 5시까지 일하고 생쌀 한 줌을 받는 식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