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에리카 무용학과 교수가 제자들에게 술자리에서 춤과 노래를 요구해 해임된 가운데, 이 자리에는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도 함께했다. 사진은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4주기 제사를 치르기 위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옛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양대 에리카 무용학과 교수가 제자들에게 술자리에서 춤과 노래를 시키는 등의 갑질로 해임됐다. 하지만 해당 자리에는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도 함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석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지난 14일 MBC에 따르면 박모 교수는 2022년 4월21일 서울 강남구 한 술집에서 한양대 무용예술학과 2학년 학생 9명을 술자리에 참석하도록 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이 자리에는 정 회장도 동석했고 그는 1차 술자리에 이어 2차 노래주점까지 자리했다.

박 교수는 제자들을 정 회장 옆에 앉히고 거듭 술을 마시게 했다. 또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학생은 "이름이나 부모님 뭐 하는지 묻고, 요즘 힘든 게 있으면 이야기하라면서 토닥거리거나 제 허벅지에 손을 얹는 등 불쾌한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이들의 춤과 노래 등을 보고는 시상식을 하겠다며 돈 봉투를 꺼냈다. 학생들이 받은 돈 봉투에는 오만원권으로 40~50만원이 들어 있었다. 정 회장은 "내가 너희들만 있으면 평생 같이 놀 수 있다. 다른 인간들 필요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술자리 틈틈이 제자들에게 'SNS에 올리지 말라'며 단속하고 정 회장이 건넨 명함도 가져갔다. 술자리가 끝난 후 일부 학생은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에 대해 정 회장 측은 "해당 술자리는 박 교수가 초청해서 함께 한 것이고 노래주점은 학생들이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돈 봉투는 차비 명목으로 남녀 모두에게 건넸고 신체접촉 등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 역시 "학생들에 대한 부당 지시는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양대는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박 교수의 성희롱과 인권침해,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 11일 해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