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유럽의 방산 주요국들과 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국산 무기체계 성능시범 및 장비전시'간 현지연합훈련단 장병이 K9A1자주포와 K2전차에 대해 UAE 관계관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육군
17일 유럽방위청(EDA)의 연례보고서(Annual Report 2024)에 따르면 EDA는 유럽산 무기 공동조달 확대를 핵심 과제로 명시하고,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비EU 공급처 의존 축소를 공식화했다. 국방조달에 'Buy European' 우선 조항과 공통 표준 도입을 제안하며 외국산 무기 배제를 시도하고 있다.
EU의 지난해 국방 관련 지출은 약 3260억유로(약 526조401억원)으로 추산된다. EU GDP의 1.9%에 달하는 규모로 2021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 중 31%인 978억유로(157조8120억원)가량이 장비 조달 등 국방 투자로 쓰이고 있다. EU는 80억유로(12조9089억)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다국간 협력을 통한 군사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개발 프로젝트 주도권을 쥐게 됨에 따라 주요 방산국들의 한국산 기갑·포병 체계 (K2, K9, 천무)와 방공 체계(천궁, L-SAM)등 에 대한 경계가 높아진다. 독일 라인메탈·KMW, 프랑스 탈레스·넥스터 등 대표업체들은 국가 방산동맹 통한 정치적 연계로 국내 방산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차세대 전차(MGCS), 차세대 전투기(FCAS)와 같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늘리고 있다. 독일 주도로 6개국이 개발한 단거리 적외선 유도 공대공 미사일 IRIS-T는 우크라이나전에 직접 투입됐다. 독일은 지난해 12월부터 방산 수출 전담 기관인 '무기 수출지원청'(Bundesagentur für Rüstungsexportunterstützung) 설립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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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의 현지화 전략에도… 입찰 배제·주도권 탈취 등 리스크 많아 ━
022년 6월 프랑스 빌팽트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군사전람회에서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이 생산하는 '판터'(Panther)' 전차가 전시된 모습. /사진=로이터
신규 공동조달 지원 프로그램인 SAFE(안보행동대출)와 최소 3개 회원국 3개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요구하는 EDF 참여요건도 해결 과제다. 주도국들의 방산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꾸리고 있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기 어렵다. 유력한 파트너인 폴란드 역시 반독일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소속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임기가 오는 8월에 끝나면 정치적 리스크를 맞게 된다.
현재로서는 현지에 생산시설을 설립하거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유럽 기업으로 인정받는 전략이 유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WB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일부 EU 회원국은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방산업체의 입찰을 배제한다.
현지 생산에 나서도 EU의 노동 규제와 높은 인건비로 인해 가격 경쟁력과 납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무기체계 관련 업무는 대부분 EU 시민권자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핵심 기술인력 운용이나 핵심 설계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 질 수 있다.
무엇보다 현지 생산 및 협력은 자국형 무기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어 결국 경쟁자를 키워주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현지 투자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파워팩과 같은 핵심 부품에 대한 기술 공동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외교, 금융,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유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 가격 경쟁만이 아닌 '상호교역'과 '상호보완적 계약'(off-set) 형태의 협력 확대가 필수라는 것이다. 일부 국가와는 무기 대금을 텅스텐, 희토류 등 전략물자로 정산하는 거래 모델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형곤 국방기술학회 센터장은 "독일과 프랑스는 과거 투자 부족으로 한국에 시장을 빼앗겼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양국이 공동개발 주도를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도 관련 아이템을 제안하는 등 장기적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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