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장에선 온도차가 느껴졌다. 일부 거래에서 상승 기조가 나타났지만 호가 대비 실거래가 움직임은 미미한 상태다. 부동산 업계는 과거 정부 때도 '세종 천도설'이 등장할 때마다 투기 수요가 집값 불안을 야기했던 만큼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방문한 세종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이 일시 증가했다가 탄핵 심판이 완료된 최근 들어 다시 소강 상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호가가 상승해 매수 문의에 그치거나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한 매도인들이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면서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3월에 거래가 반짝 늘었다가 현재는 매수세가 사그라들었다"며 "호가만 높게 올랐고 매물이 다시 들어가 거래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호가는 1억씩 올랐는데 그 가격에 매수할 사람이 없다"며 "특히 올랐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어서 다들 지켜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종은 정치권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급등락을 겪은 바 있다. 2020년 행정수도 이전설에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누적 44.93%를 기록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0.78% ▲2022년 -1.26% ▲2023년 -4.15% ▲2024년 -6.46%로 지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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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3700억 매수… "거래는 소강"━
최근 일부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대통령실 세종 이전 공약을 내놓고 제2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조성되며 3년 만에 거래 심리가 살아났다. 국토연구원의 '3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세종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105.1) 대비 16.6 포인트 오른 121.7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최고 상승 폭으로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상승한 수치다.
실제로 거래량은 반등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세종의 3월 아파트 거래량은 729건(21일 기준)으로 1월(266건) 대비 약 2.7배 증가했다. 거래총액은 3740억원으로 두 달 전(1252억원)보다 약 3배 늘었다.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세다. 미신고분이 반영되면 거래량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
세종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 단지가 기존보다 2000만~3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나성동 C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방문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호가는 5000만원에서 1억은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8억 중반에서 9억 중반을 부르는데 8억 중반 매물은 거의 없다"며 "매도를 원했던 분들도 가격이 오르니까 다시 거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집계된 이달 아파트 거래량은 474건, 거래총액은 2328억원으로 지난달보다 각각 35%, 38%가량 줄었다. 다만 이는 집계 중인 수치로 변동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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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상권 '나·새·다' 신고가 속출… "반짝 매수세 우려"━
그는 "지난달 새롬동 전용면적 84㎡가 7000만~8000만원 이상 올라 거래됐다"며 "나성동은 지하철 개통이 예정돼 있고 새롬동·다정동은 학군이 좋아 가격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에 가격이 올라도 매수자들이 달려들었는데 지금은 추격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종 공인중개사들은 정치권의 발언으로 집값이 급등락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나성동 E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3000가구 정도 일부 분양 계획이 있는데 가격이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종은 부동산이 완만하게 오르던 지역이었는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선거마다 반복되는 변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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