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사진= /사진=뉴시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상장이 FI(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 수단이자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자금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FI는 일정 수익률이 보장되는 풋옵션 조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장 후 배당이 이뤄질 경우 실질적인 수혜는 대주주인 롯데지주에 집중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것.
21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주식수는 1494만4322주이며 이 중 절반인 747만2161주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매출 물량이다. 해당 물량 대부분은 2017년 이지스자산운용 계열 펀드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FI인 LLH가 보유한 주식으로 이번 공모를 통해 전량 매각된다.

LLH는 투자 당시 롯데그룹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일정 수익률(IRR)이 보장되는 풋옵션 조항을 확보한 상태다. 이 계약에 따라 산출된 주당 행사가격은 약 5만720원이며, 공모가가 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차액을 현금으로 보전해야 한다. 공모가 밴드 하단(1만1500원)을 기준으로 산정 시 보전액은 약 2931억원에 달한다.


롯데지주는 상장 전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 46.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호텔롯데(10.87%)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은 71.1%에 달한다. 상장 후 일부 희석이 있더라도 지배권은 유지되는 구조로 공모 자금 역시 절반만 회사에 유입돼 나머지는 FI의 회수로 귀결된다.

반면 앞으로 회사가 이익을 내고 배당을 시행할 경우엔 지분을 많이 보유한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주요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반 청약 투자자 입장에선 공모 자금의 절반만 실제 기업 투자에 쓰이고 향후 배당으로 인한 수익도 대부분 대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어 실질적인 투자 수익 회수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주 차원에서도 자회사 배당 수익 확보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지주는 2024년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9461억원,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 1조188억원을 기록했다. 지분법 손익에서도 약 7952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계열사 수익성에 대한 재무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번 롯데글로벌로지스 IPO는 지주사 입장에서 현금 유입 통로 확보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


이와 관련해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2025년 결산 이후인 2026년부터는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FI 수익 보장 조항 따라 IPO 중단 가능성"
서울복합물류단지에 택배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신고서에는 "공모가가 주주 간 계약상 합의된 기준 가격에 미달하거나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등 주요 주주가 IPO를 중단하거나 계속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은 "계약상 공모가가 일정 기준을 하회할 경우 IPO는 중단되고 그 즉시 풋옵션이 행사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을 벗어날 경우 주관사와 협의해 상장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가 밴드 하단을 크게 밑돌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차액 보전 부담이 커지면서 상장을 강행할 명분이 줄어든다. 결국 이번 IPO의 성사 여부는 ▲수요예측 흥행 ▲적정 수준의 공모가 확보 ▲지주의 자금 대응 가능성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장 후 시장 수급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 요인 중 하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공모 후 유통가능 물량은 상장예정주식수(4164만4166주)의 약 34.47%(1435만주) 수준이다. 상장 직후에는 오버행 이슈가 제한적이다. 다만 6개월 후 유통 가능 주식이 92.82%, 12개월 후엔 100%로 확대된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락업' 해제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므로 중기적 유통물량 부담 역시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이번 IPO 구조가 FI와 지배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 청약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판'이라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