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성수 4에서 열린 'KBO 팬 페스타' 팝업 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많은 야구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야구를 '응원'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이제 직관을 넘어 직구(직접 구매)다. 경기장은 물론 일상에서도 KBO와 MZ세대의 접점이 급속도로 확장허고 있다. 무신사, 포토이즘, 편의점 그리고 휴대폰 케이스까지. 스포츠 컬래버레이션의 최전선에는 지금 '야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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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한복판에서 벌어진 야구 굿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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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성수동 무신사 스퀘어 성수 4에서는 색다른 팝업스토어 'KBO 팬 페스타'가 열렸다. '성수 야구장'을 콘셉트로 야구공을 모티브로 한 대형 돔 텐트와 함께 내외부 공간을 KBO 리그 10개 구단의 로고가 담긴 깃발과 포토존 등으로 꾸며 야구팬들 실제 야구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내도록 했다.
지난 19일 'KBO 팬 페스타' 팝업 스토어 현장에서 많은 야구팬들이 무신사 플레이어와 KBO의 콜라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기자가 직접 방문했던 팝업스토어 현장은 비가 오는 날씨였음에도 긴 대기 줄이 형성될 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20대 여성 김 모 씨는 "LG 트윈스 팬인데 무신사 앱에서 이번에 캘래버 상품으로 출시된 반팔 티셔츠를 보고 사고 싶어서 직접 방문했다. 유니폼뿐만 아니라 콜라보 상품들이 다 예쁜데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다 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KBO 팬 페스타' 현장을 방문한 야구팬들이 다양한 이벤트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실제로 팝업 스토어에서는 구단별 인기 유니폼을 비롯해 한정 상품으로 제작된 구장과 연고지 그래픽의 '볼 파크 에디션' 티셔츠와 볼 캡, 무신사와 콜라보 한 구단 상품까지 야구팬이라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라인업으로 가득했다.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야구 관련 이벤트 게임도 진행돼 많은 야구팬이 현장을 찾았다.
30대 남성 정모씨는 "야구팬인 친구와 함께 콜라보 의류를 사려고 팝업에 왔는데 이벤트 게임도 진행되고 피자와 맥주 등 간식거리도 준비되어 있어서 팝업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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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도 '야덕'스럽게… 2025 포토이즘 X KBO 마스코트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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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일상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네 컷 사진과 KBO와의 콜라보도 젊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시즌 KBO와 네 컷 사진 브랜드 포토이즘이 협업한 '2025 포토이즘 X KBO 마스코트 프레임은 10개 구단 마스코트와 엠블럼을 활용해 단순한 네컷 사진을 야구팬 인증템으로 탈바꿈시켰다.
서울 시내 한 포토이즘박스 매장에서 기자가 직접 포토이즘xKBO 마스코트 프레임을 활용해 네 컷 사진을 찍어봤다. 포토이즘xKBO 마스코트 프레임은 각 구단별 마스코트를 활용한 10종의 프레임을 선보여 야구팬들을 끌어들였다. /사진=박세희 기자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한 포토이즘박스 매장에 방문해 KBO 마스코트 프레임을 이용해 네 컷 사진을 찍어봤다. KBO 마스코트 프레임은 구단마다 구단을 상징하는 색상, 디자인, 그리고 마스코트와 야구를 상징파는 포즈로 꾸며진 프레임이 제공돼 야구팬들의 팬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특히 네 컷 사진이 10대와 2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만큼 KBO 마스코트 프레임으로 네 컷 사진을 찍기 위해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포토이즘 매장에 방문한 젊은 여성 팬들이 많았다. 20대 여성 이모씨는 "친구랑 SSG랜더스 프레임으로 찍었는데 랜디가 생각보다 너무 귀엽게 나와서 만족스럽다"며 "네 컷 사진을 일종의 야구 굿즈처럼 소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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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보빵' 없으면 섭섭하지… 편의점 접수한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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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편의점들에 진열되어 있던 크보빵의 모습. 여러 편의점을 돌아다녔지만 크보빵이 아예 없거나 한 두개 정도 진열되어 있었다. 직접 크보빵을 구매해 본 결과 랜덤으로 들어있는 띠부씰과 구단을 상징하는 빵 모양 등 야구 팬심을 저격하는 요소가 많았다. /사진=박세희 기자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KBO와의 컬래버 상품 중 가장 대중적인 히트작은 '크보빵'이다. 삼립식품과 KBO가 콜라보해 지난달 20일 출시한 크보빵은 구단별 특징이 담긴 각기 다른 빵의 모양과 맛은 물론 215종의 선수와 마스코트 랜덤 띠부씰까지 함께 동봉돼 있다. 출시 3일 만에 100만봉 판매라는 신기록을 세울만큼 야구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크보빵 열풍을 체감해보고자 직접 서울 여의도 내에 위치한 편의점 곳곳을 돌아다녀 봤다. 하지만 편의점 매대에는 크보빵이 아예 없는 곳이 많았고 있어도 한두 개가 전부였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GS25 매장에서 근무하는 알바생 20대 남성 최모씨는 "크보빵 찾는 손님들은 많은데 미리 편의점 앱으로 예약하거나 배달시키지 않으면 매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구단의 크보빵을 구하기는 힘들다. '포켓몬 빵' 때처럼 빵 안에 선수들 띠부씰이 들어있어서 그거 모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크보빵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라고 말했다.
웅진식품과 KBO가 콜라보해 출시한 '하늘보리 KBO 에디션'의 모습. 각 구단별 마스코트가 그려진 라벨이 야구팬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크보빵의 선풍적인 인기에 다른 식품업체들도 KBO와의 컬래버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웅진식품과 KBO가 콜라보 한 '하늘보리 KBO 에디션'이 대표적이다. 구단 종합 에디션과 구단별 마스코트가 담긴 개별 에디션으로 출시된 하늘보리 KBO 에디션은 각 구단마다의 개성이 담긴 라벨 디자인으로 야구팬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20대 여성 박모씨는 "원래는 크보빵을 사려고 편의점에 왔는데 응원하는 구단의 크보빵이 없어서 아쉬운 대로 하늘보리 컬래버 에디션을 구매했다. 라벨에 있는 마스코트가 귀여워서 음료는 마시고 라벨은 잘 떼서 소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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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며든 굿즈… 케이스티파이 X KBO 컬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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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티파이xKBO 콜라보 케이스가 케이스티파이 스튜디오 더현대 서울 매장 한쪽 벽면에 전시돼 있다. /사진=박세희 기자
글로벌 테크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 역시 최근 KBO와 협업해 구단별 로고와 컬러를 활용한 한정판 휴대폰 케이스와 이어팟 케이스를 출시했다. 기자가 방문한 케이스티파이 스튜디오 더현대 서울 매장 한쪽 벽면에는 KBO와 케이스티파이가 컬래버한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매장을 방문한 40대 남성 조모씨는 "케이스티파이다 보니 가격이 좀 나가긴 하지만 제품 실물을 보고 나니 디자인도 잘 뽑힌데다 퀄리티가 좋아서 구매했다. 휴대폰과 에어팟은 항상 갖고 다니는 만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덕질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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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을 일상 속으로… KBO, MZ를 설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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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야구팬들은 단순히 경기를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굿즈를 입고, 사진을 찍고, 빵을 사고, 휴대폰에 팀 로고를 새긴다. 그들의 소비는 곧 '응원'이며, '정체성'이다. 야구를 일상에서 보고, 소비하고, 인증하는 '팬심의 라이프스타일화'가 이뤄지고 있다.
KBO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공식 굿즈 제작, 체험형 마케팅, SNS 확산 가능한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 팬을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며 야구의 생활화에 힘쓰고 있다. 더 이상 시즌이 문제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야구는 플레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