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은 새 제의 대신 재사용 제의를 입을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앉아있는 케빈 조셉 패럴 추기경이 제의를 입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차기 교황은 그동안 지급됐던 새 제의가 아닌 재사용 제의를 입는다.

지난 23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교황의 제의를 만들어온 로마 감마렐리 가문은 새 교황의 제의를 만들지 않고 과거 교황의 것을 재사용한다고 밝혔다.


1790년 설립된 감마렐리 가문은 수세대에 걸쳐 새 교황을 위한 제의를 만들었다. 가톨릭의 리더인 교황은 그동안 새로 취임 시 대·중·소 세 벌의 흰 제의를 받아왔다.

로렌초 감마렐리는 "우리는 최소 20세기 초부터 모든 교황의 제의를 제작해 왔지만 이번에는 교황청에서 우리에게 (제의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청은 남은 제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 벌보다 적은 수를 주문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혀 주문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는 매번 세 벌을 만들었고 그중 한 벌만 사용했기에 이번 새 교황의 제의는 이전 콘클라베에서 사용된 제의를 사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감마렐리는 검소함을 중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이 반영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동안 새로 선출된 교황은 자신에게 맞는 제의와 함께 어깨 망토인 펠레그리나와 흰색 실크 허리띠, 흰색 반구형 모자 주케토를 착용하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처음 등장한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새 교황은 재사용 제의를 입고 대중 앞에 설 예정이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열리는 게 관례다. 이번 콘클라베는 9일 동안의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난 직후인 다음달 5~6일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