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열린 '3RINCs 2025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왼쪽 첫번째)과 참가자들이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사진=최유빈 기자
국내 시멘트 업계가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과 기술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정부의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다(多) 탄소배출 산업인 시멘트업계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해 인센티브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3RINCs 2025 국제학술대회(The 3R international scientific conference on material cycles and waste management)가 개최됐다.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열린 행사엔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20개국 폐기물 자원순환 분야 전문가 약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시멘트 산업의 탄소 감축 현황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시멘트업계는 2018년 3410만톤 수준이던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01만톤으로 12%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2050년엔 기존 대비 53% 줄인 1603톤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시설 확충과 대규모 R&D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인프라 수요 감소로 시멘트 기업들은 투자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 연사로 나선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진효 변호사는 시멘트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도입을 위한 '탄소차액계약'(CCfD)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CCfD는 기업이 감축설비에 투자하면 정부와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통해 사전에 합의된 배출권 가격을 보장하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시멘트 업계는 CCUS 기술 도입, 재생에너지 활용, 폐기물 대체 연료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설비 개선과 기술 도입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감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12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3RINCs 2025 국제학술대회(The 3R international scientific conference on material cycles and waste management)가 개최됐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
한국의 폐기물 증가와 매립 감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시멘트 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시멘트 소성로는 일반 쓰레기 소각장보다 높은 온도로 작동해 유해물질을 완전하게 연소할 수 있다. 시멘트 기업 역시 석탄이나 유류 같은 고열량 연료를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해 연료로 활용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시멘트 소성로가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심각한 폐기물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혼합 폐기물의 소각을 금지하고 가연성 폐기물의 선별과 분리를 강화해 물질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저탄소 시멘트를 육성해 향후 증가할 인프라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시멘트업계는 ▲슬래그 및 석탄재 등 탈탄소 원료를 활용한 클링커 생산 ▲혼합재 함량을 높인 포틀랜트 시멘트 생산 ▲혼합재 및 혼합 시멘트 제조 기술 개발 ▲순환연료의 유연탄 대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진만 공주대 교수는 "시멘트 수요 증가로 탄소 배출량 감축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선 대규모 시설 및 R&D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제도 개혁도 시급하다"고 했다.

순환 자원 시멘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과제로 꼽혔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 겸 라파즈 그룹 부회장은 "유럽에서 생산되는 시멘트의 약 80%는 순환자원 재활용 대체연료를 활용해 제조되고 있다"며 "한국 시멘트 산업은 이미 높은 기술 전문성과 품질 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어 자원 재활용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