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발행어음 운용 규제 개선과 IMA(종합관리계좌) 제도 구체화 방침을 제시했다. IMA는 원금 보장을 위해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종투사 자격을 받고 운용할 수 있다. 현재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2곳뿐이다.
발행어음 판매가 가능한 초대형 IB(기업금융)도 확대됐다. 발행어음이란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일부 종투사가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발행하는 단기금융상품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돼 있다.
대형사들의 탄탄한 자기자본과 수익 다각화 기회가 열리는 반면 중소형사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여파로 위축된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순이익이 전년 대비 24.3% 증가했지만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소형 증권사는 순이익이 50% 가까이 줄었다.
중소형사 측은 구조적 한계를 토로한다. 신사업 발굴 관련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과거엔 중소기업특화사(중기특화사) 제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유명무실화됐다"며 "지원 정책이 종투사 위주로 개편돼 중소형사 새 먹거리를 위한 정책이 없어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중소형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중소형사만의 특화된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는 과거 부동산 PF, DLS(파생결합증권), ELS(주가연계증권) 시장 위축 이후 대안 사업 전략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수요와 효율성 증대 방안을 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사의 경우 대형사끼리 M&A를 통해 해외 진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의 '미국증권회사의 특화·전문화 전략: 부티크 IB 사례 중심으로' 보고서를보면 미국 부티크 IB 출현의 토대는 1970년대 미국 투자은행업계의 구조적 변화부터 마련됐다. IT(정보기술) 발전과 규제 완화 등으로 유가증권 인수 수익 기반이 빠르게 악화하자 주요 투자은행은 대형화·사업다각화로 대응했다. 트레이딩과 투자은행 사업 부문 간 불균형 심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M&A(인수합병) 자문이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하면서 미래 부티크 IB 설립자들이 경험과 평판을 쌓을 기회가 마련됐다.
미국 시장에서 부티크 IB와 대형 투자은행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사업모델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부티크 IB는 차별화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형 투자은행과는 다른 고객층을 공략한다. 미국 부티크 IB의 주요 고객층은 중소기업으로, 대형사와 겹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의 이원화된 시장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사들과는 다른 타깃층을 공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자본시장 변화에 맞는 비즈니스를 찾고 중소형사 자본 효율성을 증대하는 사업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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