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20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전날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를 찾은 데 이어 이날은 PK(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했다.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
6·3 대선을 20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전날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를 찾은 데 이어 이날은 PK(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을 제외하고 이틀 연속 당의 험지로 꼽히는 영남권을 집중 공략하며 민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은 결국 아주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절반을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자세를 낮추며 지역 민심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 후보는 14일 경남 거제시에서 공식 선거운동 3일 차의 마지막 유세를 마무리했다. 이날 유세는 부산을 시작으로 창원과 통영을 거쳐 거제로 이어지는, 이른바 '동남권 벨트'를 훑는 일정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PK 지역 민심 공략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PK는 주요 선거에서 승패를 가를 뿐 아니라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민심 풍향계로 여겨지는 지역이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4·10 총선에서 PK 지역 유권자들은 지역 의석 전체 40석 중 34석(85%)을 국민의힘에 몰아주며 국회에서 개헌 저지선(개헌안 단독 처리를 막을 수 있는 최소 의석수인 101석) 사수를 도왔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치러진 지난 4·2 재보궐선거에서는 경남 거제시장과 부산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며 민심 변화의 조짐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이번에 기회를 주신다면, 희망 있는 지역을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 회복 위해 "해양수산부·HMM 부산으로 이전할 것"
이재명 후보는 이날 유세 내내 지역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공약을 잇달아 제시했다. 사진은 14일 진행된 이 후보의 통영 유세에서 한 지지자가 들고 있는 판넬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이재명 후보는 이날 유세 내내 지역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공약을 잇달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해양수산부와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인 전략으로 부각됐다.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정치는 실현할 수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해양수산부만큼은 부산에 옮기겠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해운회사가 HMM이다. 그 회사도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산은 이전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난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산업은행을 옮기는 것이 쉬웠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3년 동안 말만 해놓고 뭐 했나. 그분이 할 수 있으면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서울의 한국은행, 산업은행 싹 다 부산에 옮겨다 주면 좋겠지만 그게 되나"라며 "어려우니 못했다"고 말하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 가운데서도 TK에 비해 비교적 유동적인 민심을 가진 PK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경제 위기'를 비판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경남 거제시 엠파크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 가운데서도 TK에 비해 비교적 유동적인 민심을 가진 PK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초래한 '경제 위기'를 비판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부산과 창원, 통영 등지에서 열린 유세에서 그는 공통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말이 되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침체하면서 이들 지역이 '러스트 벨트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 정부의 산업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줄곧 강조해 온 통합의 메시지도 재차 전했다. 경남 창원시 유세에서는 "정치라고 하는 게 그림자도 있고 양지도 있는 거 아닌가. 세상이 왼쪽 날개도 있고 오른쪽 날개도 있어야지 정적을 다 없애거나 입장이 다르면 싹 제거하고 우리끼리만 남는 게 가능하냐"며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 그 속에서 타협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우를 넘나드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참 위대한 분이다. 가다가 길을 좀 잘못 들었지만 평생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나"라며 "하나회를 척결해서 군사 반란 못 하게 만들었고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노태우도 법정에 세웠다"고 평가했다. 과거 민주화 공로를 인정하면서 거제 지역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찾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민생과 리더십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하며 유권자에게 실용적 선택을 거듭 호소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경남 통영시 유세에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의 성과를 언급하며 "같은 공무원들을 가지고 부채를 해결하고 경기도를 전국 최고의 지방정부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어 "똑같은 조건에서도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준비되고 유능한 리더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