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머니S가 주최한 '트럼프 관세전쟁과 한국 경제 생존전략' 좌담회에서 '금융·경제 어벤저스'로 불리는 전문가들은 AI가 국내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확실한 주요 산업군으로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한 법무법인 지평 고문(가천대 경영학과 교수)이 좌장을 맡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오건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지난 3년간 주식 시장의 영향을 보면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먹고 살 만한 산업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며 "이전과는 다르게 AI가 국가를 먹여 살리는 산업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AI가 태동하면서 산업적 기반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선엽 이사는 "이러한 산업의 변화로 인해 AI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서 일부 기업들이 수혜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열악한 국내 현실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AI와 관련해서 투자 기업은 있지만 국내 비즈니스 모델이나 이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기업이 없다는 게 다소 아쉽다"고 했다.
실제 미국은 민관 협력의 상징적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를 통해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합해 약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연합(EU)도 이에 뒤질세라 약 3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최소 4곳의 AIDC(AI 데이터 센터)를 세울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의 최근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작년 AI 국내 민간 투자는 13억3000만달러로 전년(13억9000만달러)보다 줄었고 국가별 투자 규모 순위 역시 9위에서 11위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미국(1099억8000만달러), 중국(92억9000만달러)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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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본질은 에너지 정책…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어떻게 ━
AI 인프라로 전환하기 위해선 산업 수요에 맞춘 실효성 있는 전력 공급 전략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치적·제도적 논의는 여전히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시각이 많다.
김동한 고문은 "AI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정책 밑그림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AI 핵심은 데이터센터인데 데이터센터는 무엇보다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선후보들이 AI 산업 육성을 위해 100조원 투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구상이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호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민관합동펀드 100조원을 조성해 AI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막대한 자금 투입을 약속했지만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작 AI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 대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오는 2030년까지 20GW 규모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에 제공하고 전국 RE100 산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2040년까지 완공해 전국 해상망을 구축, 영호남 전력망의 유기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김문수 후보도 글로벌 초고속 AI데이터센터와 촘촘한 에너지 도로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특히 원전 비중을 늘려 이러한 AI 전력 수요를 감당하겠다고 전했다.
AI업계에선 에너지 고속도로나 에너지 도로망은 선언적 수준에 불과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 화제였던 RE100(기업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관련 논의가 정치권에서 사그라든 것도 이러한 현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고문은 "에너지융합정책의 변화는 AI를 추진하려면 RE100으론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데서 기인한다"며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같은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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