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가 1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예기치 못한 조기 대선이다.

대선 주자들의 출정식부터 본선거까지 불과 3주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주요 후보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공약을 앞세워 표심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후보들의 일부 공약은 벌써부터 우려를 자아낸다. '대통합'을 염원하는 여론과는 달리 오히려 사회적인 분열과 갈등을 부추길 여지가 큰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동 공약'이다. 특히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제시한 노동 공약은 추구하는 방향이 크게 엇갈린다.

이재명 후보의 노동 공약은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친노동'에 무게 중심을 둔 반면 김문수 후보의 노동 공약은 기업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친기업' 색채가 짙다.


예를 들어 두 후보는 나란히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접근방식엔 차이가 크다. 이 후보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실질적 노동시간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낮추려는 목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주 4일제 전환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김 후보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은 그대로 두되 근로시간을 유연화를 통해 4.5일제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월~목요일은 기존보다 1시간씩 늘어난 하루 9시간씩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근무하는 식이다.

주52시간 규제도 개선해 유연근무를 확대하고 탄력근로 및 선택근로제에 대한 사용 가능한 단위 기간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고학력 고소득 근로자는 주52시간 규정을 예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추진한다.

이 후보와 김 후보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 이 후보는 노동자 권리 강화를 위해 반드시 노란봉투법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후보는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두 후보 모두 공감하지만, 근본적인 인식이나 접근 방법, 실행 전략은 전혀 다른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게 될 경우 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반대로 친기업 입장에서만 노동정책을 풀어갈 경우 노동계와 근로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 성급하게 추진됐던 노동 개혁 시도가 '주69시간' 논란만 촉발한 뒤 좌초됐던 사례가 있다.

차기 정부에서 노동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불가피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향후 노동 공약 이행 과정에서 반대 여론을 포용할 수 있는 현명하고 섬세한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원칙으로 해야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청사진이 또 다른 갈등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