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재명 당선인의 정치인생은 '다사다난'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스스로 "정권을 불문하고 검찰에 당했다"고 말할 정도로 수차례 사정 칼날의 표적이 됐고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엔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해 생명을 위협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위기마다 매번 생환하며 한층 더 단단한 '정치인 이재명'으로 거듭났다.

이 당선인은 정치인생 내내 검찰로부터 수사와 기소를 반복적으로 당해왔다. 2018년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형님을 보건소장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죠"라는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2심)은 이 당선인에 대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020년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허위 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질문에 반론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하게 답변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며 반전을 맞이했다. 만약 원심의 형이 확정됐다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2년 제20대 대선에 출마가 불가능했을 것이지만 대법원의 판결로 이 대표는 위기를 넘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차 골목골목 경청투어 마지막 날인 지난 5월7일 오후 전북 전주시의 카페 앞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연기에 대해 "법원의 합당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20대 대선에서 이 당선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뒤 곧바로 국회에 입성해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이 당선인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확대됐고 위기는 가중됐다.

이 당선인은 현재 여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이다. 이 당선인이 대장동 특혜 의혹 해명 과정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을 검찰이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해 기소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당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로 이 당선인은 또 다시 피선거권이 박탈될 위기에 내몰렸으나 올해 3월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당선인은 대권 행보에 본격적으로 추동력을 실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1일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을 통해 2심을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뒤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대선 레이스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지만, 오히려 '사법부의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법원은 파기환송심을 대선 이후로 연기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5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파기 환송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위증교사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이 당선인이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연락해 해당 의혹과 관련한 위증을 유도한 것으로 판단해 기소한 것이다. 해당 재판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으나 검찰이 곧바로 항소해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외에도 이 당선인은 ▲대북송금 사건 ▲대장동·위례동·백현동·성남FC 사건 등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은 윤석열 정권에서만 8개 사건, 모두 12개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수사기관과 법원을 수시로 드나들어야 했다.

다양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구속 위기도 있었다. 2023년 9월 검찰이 이 당선인에게 대북송금 사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당선인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표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해당 안건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원의 영장심사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며 이 당선인은 다시 한번 생환에 성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배다리생태공원에서 방탄유리에 둘러싸인 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사진=(평택=뉴스1) 이재명 기자
직접적으로 목숨을 위협받은 일도 있었다. 제22대 총선을 앞둔 2024년 1월, 이 당선인이 민주당 당대표 자격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했을 당시 한 남성이 지지자로 위장해 이 당선인에 접근한 뒤 흉기로 목을 찌른 것이다. 이 당선인은 출혈이 심한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고 경정맥 60%가량이 손상돼 긴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이 대표는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지지자들의 앞에 섰고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헌정사 최초로 야당의 압도적 과반 승리를 주도했다. 이 승리는 12·3 비상계엄 저지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이 당선인은 유독 다사다난한 자신의 정치인생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대선 본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에 출연해 "저는 정권을 불문하고 검찰에 당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네 건을 기소당했다. 터무니없는 것을 기소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옆에 있다가 당한 사람이 많다. 이재명 옆에 있는 척 했다가 당한 사람도 있다"며 "저는 벼랑 외길을 걸어왔다. 조금만 하면 떨어지는 거고, 떨어질 뻔하다 매달려서 다행히 살아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제거에는 모두 대동단결했다"며 당 안팎에서 지속된 압박과 견제에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