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11시46분,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검은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섰다. 양복 상의 왼쪽 깃에는 평소처럼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당선이 확실하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10여분 만이었다.
그동안 선거 기간 내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우자 김혜경 여사도 이날 처음으로 당선인과 함께 등장했다. 김 여사는 밝은 아이보리색 정장을 입고 환히 웃었다.
자택 앞 골목길에는 지지자와 주민 300여명이 양쪽에 도열해 당선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당선인의 모습이 보이자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며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 촬영에 열을 올렸다.
이 후보는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어서 뭐라 말씀드리기 섣부르긴 하지만 결과가 확정된다면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며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수행 하겠다.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오전 1시13분경,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마련된 야외무대로 이동해 대국민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여사와 손을 맞잡고 무대에 올라선 그는 김 여사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이어진 연설에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열며 이번 대선 결과가 자신의 승리를 넘어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내란 극복'과 '국민 통합'을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 밖에도 ▲민생 경제 회복 ▲안전한 나라 ▲한반도 평화 등의 국정 운영 기조를 함께 밝혔다.
갈등과 분열을 넘어선 '국민 통합'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남녀, 지역, 세대, 장애 유무, 정규직과 비정규직, 기업가와 노동자 등 갈등의 틈이 생길 때마다 편을 갈라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며 대결하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모든 구성원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데 있다. 저는 큰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을 크게 통합시키는 대통령의 책임을 절대 잊지 않겠다.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고 공평하게 기회를 누리는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잠시 다투었을지라도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입장과 생각이 다르고 다른 색깔의 옷을 잠시 입었을지라도 이제 우리는 모두 위대한 대한민국의 똑같은 대한국민"이라며 "함께 갑시다"라는 말로 당선 소감을 마무리했다.
이 당선인은 4일 오전 3시15분 기준(개표율 98.27%) 득표율 49.22%를 기록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43%,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2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7%였다. 이 대통령과 김 후보의 득표율 차는 7.79%p(포인트)였다.
이 당선인은 4일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식은 4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열린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취임식 형식에 대한 질문에 "취임식보다는 취임 선서식이 될 텐데 최대한 짧은 시간 내 간단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3524만416명이 투표에 참여해 잠정 투표율 79.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20대 대선 당시 투표율인 77.1%보다 2.3%p 높은 수치로 1997년 제15대 대선(80.7%) 이후 전국 단위 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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