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이 엔데믹 이후 실적 반등을 위해 기술공유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천종윤 씨젠 대표(왼쪽)와 살바도르 이야 스페인 카탈루냐 주지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씨젠 본사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씨젠
글로벌 분자진단 토털설루션 기업 씨젠이 기술공유 사업을 앞세워 실적 반등에 나선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실적 부진을 겪은 가운데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과 유통 기반 수익 구조를 꾀하며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씨젠은 지난달 스페인 1위 진단기업 웨펜과 기술공유 사업 법인 웨펜-씨젠을 설립하고 스페인 현지 감염병에 특화된 진단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이스라엘 1위 진단기업 하이랩스와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기술공유 사업은 씨젠의 신드로믹 PCR 기술과 시약 개발 자동화 시스템(SGDDS) 기술 등 노하우를 해외 대표 기업에 무상으로 공유해 현지 맞춤형 진단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시약 제품을 개발하면 현지 기업은 자국 안에서 판권을 갖고 씨젠은 글로벌 판권을 갖게 된다. 씨젠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단일 제품을 판매해 얻는 마진보다 유통 마진이 더 늘어나는 구조다.

해당 사업에 스페인 카탈루냐 주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씨젠 본사를 방문한 살바도르 이야 카탈루냐 주지사는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의 보건 전략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페인은 유럽 지역에서 네 번째로 큰 체외진단(IVD) 시장이며 지역적으로 기술공유 사업 확대를 위한 요충지로 꼽힌다. 웨펜-씨젠 법인은 유럽 체외진단의료기기 규정(CE-IVDR) 허가 획득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방침이다. 씨젠은 스페인 진출이 유럽 및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의 기술공유 사업을 확산할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데믹 이후 적자전환… 새 수익모델 구축 과제
사진은 씨젠 사옥 전경. /사진=씨젠
씨젠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진단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이후 실적이 악화했다. 2022년 196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3년 301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지난해 1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제품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자 씨젠은 기술공유 사업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선택했다.

씨젠의 핵심 기술인 신드로믹 PCR 기술은 튜브 하나로 14개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해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씨젠의 독자 기술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병원체 검사, 단일 염기 변이, 약제 내성, 돌연변이 등 유전자 관련 질환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범용성을 갖췄다. 국가별로 유행 질환이 상이하고 복수의 병원체 감별이 중요한 해외 시장에 맞춤형 진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씨젠은 지난해 1월 기술공유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방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씨젠의 PCR 기술에 접목해 진단시약 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은 기술공유 사업의 공신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기술공유 사업 시작 당시 제시한 '5년 내 100개 업체와 계약 체결' 목표에 대해 씨젠 관계자는 "아직 지켜봐야 할 단계이며 현재 여러 국가와 활발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공유 사업은 매출 확대만이 목적이 아니며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씨젠의 비전과 맞닿아 있다"며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어렵지만 체외진단 제품 특성상 인허가 과정이 체내진단보다 유연해 신약보다 빠른 상업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