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가 글로벌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빅마켓인 유럽에서는 고인치 타이어를 중심으로 매출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넥센타이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타이어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공장이 없어 관세 부담에 따른 실적 우려가 제기됐지만, 올해 1분기 유럽·일본·호주 등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수익성 저하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최근 한 달 사이 국내 타이어 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고,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화재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수출 물량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달 주가가 20% 넘게 뛰었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유럽 매출은 전체의 41%를 차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162억원을 기록했다. 체코 2공장 설비 증설로 고인치 타이어 판매가 늘어난 것이 실적을 견인했다. 향후 가동률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고인치 타이어는 평균 판매 단가가 높아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된다. 전기차와 SUV 보급률이 높은 유럽은 고인치 타이어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올해 1분기 유럽에서 넥센타이어의 고인치 매출 비중은 직전 분기(24.6%)보다 높은 26.2%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는 유럽·미국·한국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유럽과 미국,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매출이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꾸준히 확대될 경우 미국 관세에 따른 수익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 넥센타이어는 일본·호주·중동 등을 전략 시장으로 분류해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넥센타이어 일본법인 매출은 12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8% 증가했다. 순이익도 12억원으로 53% 늘었다. 포르쉐, BMW, 아우디 등 일본 내 수입차 신차용(OE) 타이어를 납품 등 현지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다.


교체용(RE) 타이어의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RE 타이어는 완성차 업체와 대량 납품 계약으로 이뤄지는 OE 타이어와 달리 유통망이나 소비자 직판 등으로 판매돼 마진율이 높다. 넥센타이어는 일본 1위 중고차 업체 WeCars, 차량 정비 업체 AutoRs, 타이어 및 휠 유통사 BeeLine 등과 협업하며 RE 타이어 거래선을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전략 시장인 호주에서도 수익이 크게 늘었다. 넥센타이어 호주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2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13%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67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호주 자동차 시장의 약 80%가 대형차인 만큼 고인치 타이어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기존 한 곳이던 물류창고를 두 곳으로 확대했다. 현지 인지도 제고를 위해 시드니FC 남녀 팀을 모두 후원하는 등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분기부터 미 관세 영향이 본격화될 전망인데 넥센타이어는 관세 발표 이전 미국향 물량을 우선 선적했다.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텍사스, 조지아 등 4곳에 있는 현지 물류창고를 활용해 북미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필요시 판매가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이전에 보내놓은 물량으로 대응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미국에선 고수익 제품 위주의 판매로 수익성을 만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 거래선들과 관세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