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자들의 IPO 시장 '단타' 관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가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IPO(기업공개) 시장에선 상장기업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거나 급락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IPO 시장에서 공모주를 상장 직후에 대량 매도해 단기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단타' 관행이 성행하자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나섰다. 다음 달부터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를 도입하는 이유다. 의무보유 확약은 기관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고 보유하겠단 약속을 의미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기준 스팩합병을 제외한 신규 상장사 38곳 중 13곳이 공모가 대비 하락세다. 공모가 대비 하락률 1위 기업부터 5위까지 살펴본 결과, 상장한 날부터 이날까지 기관 투자자는 ▲아이지넷 -140억원 ▲데이원컴퍼니 -70억원 ▲미트박스 -110억원 ▲씨케이솔루션 -270억원 ▲쎄크 -310억원 등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와 벤처캐피털 등 초기 투자자가 단기 차익을 실현하면서 개인 투자자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는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IPO 77개 종목 중 74개(약 96%)에서 상장 당일 기관 투자자가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IPO 시장을 단기 차익 목적 투자가 아닌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이끌기 위해 정부는 다음 달부터 '의무보유 확약 우선 배정제'를 실시한다. 기관 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 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한다. 기관 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할 때 그 중 최소 40%는 팔지 않겠다고 확약한 기관 투자자에게 먼저 준다는 뜻이다. 원활한 제도 안착을 위해 올해는 우선 배정 비중을 30%로, 내년부터 40%로 적용한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취득한 뒤 6개월간 보유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 상한금액은 30억원이다. 이와 함께 의무 보유 확약 최대 가점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관의 단기 차익 실현 관행↓… 공모가 거품 형성 억제"
표는 올해 상장한 기업의 하락률 순위와 기관 순매도 금액. /표=김은옥 기자
제도 개편 이후 실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도에 대해 "의무보유 확약 우선 배정제는 IPO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기관의 단기 차익 실현 관행을 줄이고, 공모가 거품 형성을 억제하는 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중소형 IPO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IPO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로 중소형주 위주로 IPO 성과가 우수하며 대형주는 다소 부진한 모습"이라며 "이러한 환경 속 특히 중소형 IPO에 대한 의미 있는 배정 물량 확보를 위해 의무보유 확약이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최근 상장한 달바글로벌은 많은 IPO 운용사들이 의무보유 확약을 실시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매수 의지보다 과도한 수요예측 물량을 제시한 후, 상장 당일 대량 매도를 통해 단기 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일반 투자자의 피해와 시장 신뢰 훼손이 문제가 됐다"며 "이번 제도 도입은 확약을 조건으로 공모주 배정을 우선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투기적 참여를 줄이고 실수요 기반의 수요예측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배정받은 기관 투자자들이 보통 첫날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당 제도를 실시하게 되면 첫날에 나오는 매물 양이 감소해 단기 주가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에서 더 정밀하게 밸류에이션해서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