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 사진=LG디스플레이
국내외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소형 OLED(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에 잇따라 조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소형 OLED 패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목표다.

19일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노트북과 태블릿용 OLED 출하량은 각각 846만대와 750만대로 전년 대비 각각 57%, 태블릿 400% 가량 급증했다. 2022년 52종에서 2023년 44종으로 출시 제품 수가 소량 감소했던 노트북 또한 2024년 80종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향후 전망도 좋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 잡은 OLED가 IT 제품군에서도 프리미엄급을 중심으로 급속히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미국의 애플 외에도 중국 세트업체들이 화면 채택에 LCD(액정표시장치) 대신 OLED 채택을 늘리면서 향후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은 올 하반기 OLED 패널을 탑재한 태블릿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비리서치는 2025년 노트북과 태블릿용 OLED 출하량이 각각 1080만대와 1600만대, 2028년에는 IT용 OLED 출하량이 5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0.9%에 이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패널 양산을 위해 지난 2023년부터 내년까지를 목표로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원판 크기 따라 세대를 구분하는데 8.6세대(2290×2500㎜)는 현재 주력 제품인 6세대(1500x1850mm)보다 1.5배 이상 크다.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는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연간 약 450만매를 생산할 수 있으나 8.6세대 설비로는 연 1000만매까지 생산할 수 있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점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 BOE는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최근 공정 장비를 반입하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했던 시기보다 4개월 앞선다.

이 공장에는 약 12조원이 투입된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2026년 말 양산이 목표이며, 완공시 월 3만2000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올 1분기 기준 BOE의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18.5%로 2위인 LG디스플레이(19.0%)와 별다른 격차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중국 디스플레이 3위 업체인 비전옥스도 신규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LCD에 이어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도 최근 1조2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중소형 OLED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 중 7000억원가량은 경기 파주 사업장에 투입하고 나머지 5600억원은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단순 조립라인에 들어간다. 투자 기간은 2027년 6월30일까지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기술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TV, 게이밍모니터 등 대형 OLED 시장에서는 9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나 중소형에선 상대적으로 뒤처진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파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차세대 OLED 신기술과 관련한 설비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며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차 증가하는 OLED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