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태양광 지원을 축소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판 삼아 미국에 진출한 한국 태양광 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은 한화큐셀의 미국 텍사스 168MW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솔루션(머니투데이DB)
미국 공화당이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는 법안을 상정하면서 한국 태양광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기업들은 법안 수정이 현실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과 하원은 청정에너지 관련 지원책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IRA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해당 법안엔 태양광·풍력 프로젝트에 적용되던 투자세액공제(ITC)를 2026년 60%, 2027년 20%로 축소하고 2028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IRA에서 예고했던 2032년 일몰 계획보다 4년 앞당겨진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생산세액공제(PTC)도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주택용 태양광 세제 혜택은 법안이 발효된 후 180일 내 소멸될 예정이다.

축소가 예고됐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는 현행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앞서 하원안은 AMPC 종료 시점을 기존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앞당겼지만 상원안은 현행대로 2032년에 25%의 세액공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2028년 폐지될 예정이었던 AMPC 크레딧 교환 제도 역시 유지키로 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직접적인 세액공제 축소 대상은 아니지만, 주요 고객인 발전사업자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경우 한화큐셀 등 모듈 생산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원을 투입해 태양광 모듈 일괄생산시설(통합 스마트팩토리)을 건설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RA에 명시된 AMPC를 통해 셀과 모듈을 생산할 경우 직접적인 세제 혜택을 받는다.

AMPC 유지에도 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상원안이 축소를 예고한 ITC는 발전사업자들이 모듈 등을 구매하거나 프로젝트를 착공할 때 적용받는 인센티브다. 한화큐셀이 직접 혜택을 받는 항목은 아니지만 ITC 축소로 고객사들이 투자 인센티브를 상실할 경우 프로젝트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모듈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OCI홀딩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OCI홀딩스는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을 위해 텍사스에 연 2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약 2억65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투자했으며 발전·ESS(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를 병행해 미국 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원안이 수정 가능성이 있지만 공화당 중심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태양광 지원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법안은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하는 예산안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감세 정책에 필요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IRA 보조금 폐지를 주장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미국 모듈과 원재료 공급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 리스크가 가시화된 만큼 한국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사업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