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거취에 대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손흥민 ⓒ AFP=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33)이 새 시즌 뛰게 될 팀은 '도대체' 어디일까.


슈퍼스타 손흥민은 이적시장 루머 단골손님이었지만, 그동안은 팀을 향한 충성과 애정을 보이며 매번 이적설을 일축했고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만 10년을 뛰었다.

하지만 이번엔 공기가 달라졌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장기 재계약 없이 1년 연장 옵션만 발동, 2026년 6월 30일이면 계약이 종료된다.

주장이자 상징적 선수지만 지난 시즌 전성기 기량에서는 살짝 내려왔다는 평가도 그의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사우디아라비아의 러브콜을 포함, 여러 팀이 손흥민을 향해 공개 구애를 펼치며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동시에 "그래도 토트넘을 떠나지는 않겠지"라는 추측도 이어진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 AFP=뉴스1


◇ '오일머니'로 아시아의 아이콘 품으려는 사우디…가능성 65%

사우디 국부펀드(PIF)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알나스르, 알힐랄, 알카디시아 등은 손흥민을 향해 가장 오래,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팀들이다.

프로 무대에서 이적 성사율은 '돈'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사우디는 지갑이 두둑한 만큼 최고의 대우도 약속했다. 영국 매체 BBC는 이들 3개 팀이 손흥민에게 연봉 2650만파운드(약 490억원)의 거액 연봉을 베팅했다고 전했다. 1992년생의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는다면 받기 힘든 돈이다.

사우디리그는 그동안 천문학적 이적료를 앞세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디오 마네, 네이마르, 카림 벤제마 등 유럽에서 뛰던 초호화 스타들을 데려와 단숨에 리그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무언가 표현 못할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를 채우기 위해 아시아 축구의 상징적 존재인 손흥민을 데려오겠다는 계획이다.

확실한 비전과 목표가 있는 만큼 사우디리그는 손흥민 영입에 가장 앞서 있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손흥민의 에이전트들이 이미 사우디 클럽들과 만나 미팅도 진행했다"면서 "그 미팅이 깊숙한 계약 사항까지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전에 비해 진척된 점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웹' 역시 "토트넘 구단 입장에서도 손흥민을 내보내야 한다면 사우디 구단에 넘기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견해를 냈다.

손흥민을 향한 관심도, 손흥민에게 제시한 연봉도 가장 높다. 모든 면에서 1순위다.

하지만 변수는 역시 '비유럽'이라는 점이다. 2008년 함부르크(독일) U17 팀에 입단한 이후 17년 동안 유럽에서만 뛰었던 손흥민에게는 유럽을 등지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가디언'은 "손흥민은 아직 유럽을 떠나기엔 아까운 실력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비주류' 무대로 간다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행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모리뉴 감독과 함께하던 시절의 손흥민(왼쪽)ⓒ AFP=뉴스1


◇ '은사' 모리뉴가 기다리는 튀르키예…이적 가능성 50%

튀르키예 페네르바흐체도 손흥민의 새로운 둥지로 꼽히고 있다. 그곳엔 손흥민의 은사 조제 모리뉴 감독이 기다리고 있다.

개성 넘치는 발언과 카리스마로 잘 알려진 모리뉴 감독은 2019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토트넘을 지휘했는데, 당시 손흥민과 찰떡 호흡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손흥민을 향한 외부의 비판을 앞장서서 막았다. 손흥민도 모리뉴 감독이 팀을 떠났을 당시 SNS로 감사 인사를 표하는 등 친분이 깊다.

페네르바흐체는 사우디 리그 팀들만큼 재정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손흥민 영입을 위해 2500만파운드(약 460억원)까지는 지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리그 최대 라이벌인 페네르바흐체와 갈라타사라이가 치열한 영입 전쟁을 시작한 튀르키예 수페르리가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지난 시즌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흐체는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는데, 승리의 여신은 갈라타사라이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갈라타사라이는 이번 시즌 르로이 자네를 영입하며 독주 체제 구축에 나섰고, 준우승에 그친 페네르바흐체는 손흥민을 영입해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 점찍은 것.

모리뉴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손흥민을 데려오면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고 구단 수뇌부들을 설득했고, 결국 거액의 이적료까지 등에 업고 승낙을 받아냈다.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는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은 모리뉴 감독이 손흥민에게 직접 전화해 '새 시즌 함께 하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토트넘과 주장 손흥민 ⓒ AFP=뉴스1


◇ 친정 레버쿠젠 복귀 가능성 15%…토트넘에서 11번째 시즌 가능성 45%

유럽 축구 전문 매체들이 손흥민의 이적설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도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신빙성 있는 소식도 더해졌다.

'토크스포츠'는 "레버쿠젠이 지난 5월 손흥민 영입을 추진하기 위해 내부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뛴 클럽으로, 유럽 무대에 손흥민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팀이다.

만약 손흥민이 레버쿠젠으로 돌아간다면 어린 시절을 보냈던 팀에서 말년을 보내는 낭만적 스토리가 완성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레버쿠젠은 1000만파운드(약 185억원)의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손흥민을 모셔가려는 다른 팀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아울러 손흥민이 과거 독일 유스 팀에서 인종차별 등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점도 이적 가능성을 낮춘다.

손흥민이 이적설을 모두 일축하고 토트넘에 남을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

가장 친숙한 팀이고, 주장을 맡고 있으며, 새 시즌 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나서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바뀐 사령탑과의 궁합도 변수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첫 인터뷰에서 토트넘의 경험 많은 선수들을 하나씩 열거했는데, 손흥민의 이름을 빠뜨려 이미 결별을 암시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영국 매체 '더 선'은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현재 손흥민의 잔류 가능성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고 전망했다.

여러 추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흥민의 거취는 오는 8월 국내에서 열리는 쿠팡플레이시리즈 이후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시즌 계약상 손흥민은 적어도 이 경기까지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쿠팡플레이시리즈에 출전했던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2024.7.3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