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전경. /사진제공=이천시
이천시가 긴급 상황에 대비해 편성된 예비비를 소송비용이나 과태료 등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예산 편성의 근본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이천시의회가 이를 승인하며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천시의회는 지난 24일 제254회 제1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박노희)에서 2024회계연도 일반회계 예비비 9억1838만7000원의 지출을 승인했다. 하지만 예비비는 폭우, 태풍 등 천재지변이나 예측 불가능한 긴급 사유에 한해 사용되어야 함에도, 일부 지출이 소송비용, 과태료, 이천과학고 관련 비용 등으로 확인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당초 이천시 기획예산담당관은 예산결산특별위에 참석해 "의원님들의 지적에 인정하며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다음 날 기획예산팀장이 "적법하게 사용했다"고 입장을 바꾸는 해프닝도 연출되었다. 또한 서학원 시의원에게 "예비비가 승인이 안되면 결산을 못한다"라는 주장을 했지만, 예비비가 부결되더라도 결산은 할 수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문제는 이천시의회가 지난 8일 해당 '예비비 지출 건'을 가결한 것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다. 현재 이천시의회는 국민의힘 6명, 더불어민주당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예비비는 자연재해, 감염병, 재난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긴급 사태에 대비해 사용하는 예산으로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업이나 정치적 목적의 지원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은 재정 원칙에 어긋난다.

이천시가 '시급성'을 구실로 집행한 예비비가 시의회의 동의를 통해 정당화 하려 한 것은 시의회가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기능을 스스로 포기 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예비비와 결산심의를 지켜본 한 시민들은 "시의회가 지역 정치권의 이익과 결부해 가결 처리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천시의 부적절한 예비비 사용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히 투명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며 관련 책임자 문책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이천시와 이천시의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예비비 사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심사할 독립적인 민관 감시기구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