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 이행 의지가 강하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사전 준비가 시간적으로 부족했지만 전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컸던 만큼 빠르게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도 채 안됐지만 두 번의 경기 성남시장(2010~2018년)과 한 번의 경기도지사(2018~2021년)를 역임하며 쌓아온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적극적인 업무 추진력 등을 대통령 직위에서도 그대로 녹여내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 사례는 해양수산부와 HMM의 '부산 이전' 공약 이행 행보다. '해양강국 수도' 부산을 구축해 남부권 중추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게 해수부와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내건 이 대통령 공약의 핵심이다. 관련 업무를 전담할 비서관을 두고 부산 이전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대통령의 공약은 부산 민심을 흔들고 있다. 해당 공약의 이행 시기와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부산을 '해양강국 수도'로 키우겠다는 대통령의 계획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기대되는 요소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도 청사를 준공해서 이전하려면 3~4년은 걸리는 만큼 임대 등을 포함한 신속 이전 방안을 보고해달라고 해수부에 요청했다. 해수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인 2029년까지 부산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안을 내놓자 속도를 높여달라는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 역시 올 12월까지 해수부를 이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HMM 본사 부산 이전도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평소 그의 업무 추진 성향을 감안하면 해수부와 함께 이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해수부와 HMM의 '부산 이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전 당사자인 공무원과 직원들이 처한 현실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수부 공무원과 HMM 직원들은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이 달라진다. 각각 세종시와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던 이들은 집과 자녀 교육환경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주말부부'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이 모두 부산으로 간다면 새로 살집을 구하고 자녀가 전학할 학교를 알아보는 일도 만만치 않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가족 구성원이 없는 1인 가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5000명 넘는 해수부 공무원과 HMM 직원은 이 대통령의 빠른 공약 이행 추진력에 숨고를 틈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수용할 업무 공간 마련도 얼마나 빨리 마련될 지 미지수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해수부·HMM 부산 이전에 속도가 붙은 만큼 대상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공약 이행 과정에서 5000명이 넘는 구성원들이 처한 현실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이전 대상자들의 불만이 커질 경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부산 시민들에게 자칫 실망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속도감 있는 공약 이행도 중요하지만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원만한 진행 과정 역시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업무 추진력에 부산 이전 당사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더해진다면 불만은 줄고 부산 이전의 당위성은 공고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