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이런 일로 이혼하면 이상한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A씨는 시골에서 요양하기 위해 한동안 할아버지 손에 자랐다. A씨는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몸 약한 손녀라 손이 많이 갔을 텐데 싫은 티 한 번 안 내셨다"며 "할아버지는 시골 분이라 거칠면서도 제 눈물에 약해지던 분이셨다"고 밝혔다.
할아버지는 A씨를 '공주'라 부르며 목말을 태우고 노인정에 데려가는 등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A씨는 "3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눈 감으시기 일주일 전쯤 저한테 꼬깃꼬깃한 1만원짜리 열 장을 주시더니 '맛있는 거 사 먹어라'고 하셨다"며 "지폐에 글 쓰면 안 되는 거 알지만 할아버지가 한 장에다가 제 이름을 서툰 글씨로 써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 한글 못 쓰시는데 제가 알려드렸더니 계속 연습하시다가 지폐에 써주신 것"이라며 "마음 아파서 그 돈은 못 쓰고 부적처럼 예쁜 봉투에 넣어서 집에 모셔놨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결혼해 신혼집으로 이사했다. 출근 때마다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싶었던 A씨는 신혼집 현관문 안쪽에 봉투를 붙여놨다. 남편에게도 할아버지가 주신 돈은 죽을 때까지 못 쓸 것 같다며 봉투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문제는 A씨가 출산 후 친정집에서 일주일간 산후조리 하는 동안 발생했다. A씨는 "애 낳으니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서 오랜만에 돈을 꺼내 봤는데 할아버지가 주신 돈이 아니라 새 돈이 들어있더라"며 "남편한테 물었더니 족발이랑 치킨 배달이 왔는데 지갑이 안방에 있어서 봉투에서 돈을 꺼내 계산했고 채워두면 제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남편 친구들이 놀러 와서 음식 시켜 먹느라 할아버지가 주신 돈 10만원을 꺼내썼고 제가 집에 오기 전에 새로 돈 뽑아서 채워 놓은 거다"라며 "너무 속상해서 울었다. ATM 기기에서 뽑아온 돈이랑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주신 돈이 어떻게 같겠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남편은 "미안하다"면서도 "다 같은 지폐인데 의미 부여하고 우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A씨는 "계속 생각나서 화나고 속상하고 '내가 이런 사람을 믿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차라리 애 갓난쟁이일 때 빨리 갈라서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왜 그 돈을 꺼내 썼는지 왜 그랬어야 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정이 다 떨어진 거 같다. 앞으로 같이 부대껴서 살 자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나 같아도 얼굴 보고 밥 먹는 건 불가다" "남인 내가 봐도 가슴이 아프다" "시부모 죽고 남긴 추억 담긴 유품 팔고 똑같은 걸로 사면 그게 똑같은 건가. 머저리인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얘기했는데 그걸 쓰는 건 사이코패스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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